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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 eden Dec 24. 2020

엄마라는 미끼

가장 보통의 육아

출산 후 병실로 걸려온 전화 너머로 아이에게 두혈종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심장이 발끝을 쳤다.

대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지만 두혈종이라니- 이름부터 서늘했다. 그 무시무시한 단어를 검색하니 산모가 나이가 많고 남자아이일 경우 확률이 높아진단다. ‘산모가 나이가 많고’.. 내탓이구나.

그날밤, 남편과 둘이 남은 병실에서 끝내 울었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죄책감에 멱살을 잡힌 건. 아이가 태열이 오르면 내가 임신했을 때 음식을 안 가려서인가, 체중이 잘 늘지 않으면 내 젖양이 부족한가, 기를 쓰고 울면 내가 수면교육한답시고 안아주지 않아서인가, 눈꼽이 생겨도, 똥을 잘 못 싸도, 아이에게 뭔가 문제가 있나 싶으면 전부 내탓 같았다. 남편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다독였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각종 죄책감 세트에 시달리는 나에게 어느날 엄마가 말했다.

엄마라는 자리는 평생 그런 마음으로 사는 거라고, 엄마가 되는 순간 책임감에 꼬리처럼 따라붙은 죄책감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거라고.

지금까지 엄마가 나에게 한 말 중 가장 냉정했다. 그런데 왜인지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엄마라는 미끼를 물었고 이전과 다른 세상에 건져올려졌으니- 이젠 어쩔 도리가 없다. 어떤 감정들은 때론 그냥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

나 정말 엄마가 됐구나.




넌 그냥 미끼를 던져븐 것이고, 난 그것을 확 물어븐 것이여.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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