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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 eden Jan 05. 2021

길 위의 아기새

가장 보통의 육아

길 위에서 아기새를 발견했다. 다친 건지 너무 어려선지 걷지도 못하고 버둥거릴 뿐이었다.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어 아무리 둘러봐도 둥지가 보이지 않았다. 어째야 할지 옆을 지키며 한참을 고민했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종이상자에 올려 그나마 발길이 뜸한 길 가장자리로 옮겨두었다.

이젠 니 운명이고 순리대로 가는 거야- 생각하며 돌아서는데 남편에게 안겨 나를 빤히 보는 아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를 늘 곁에 품어둘 순 없다. 언젠간 친구도 사귀고 학교도 보내고 세상에 내놓아 스스로 부딪히고 경험하게 해야 한다. 그치만 초보엄마에겐 그 세상으로부터 들리는 이야기들이 소름끼치게 무섭다.

눈 깜짝할 새 밖에서 터지는 것들은 그것들대로, 눈치채기도 전에 안에서 곪는 것들은 또 그것들대로. 엄마도 잘 모르고 믿지 못하는 세상에 떨궈놔도 될는지, 그러다 길 위의 아기새처럼 되진 않을지 덜컥 겁이 난다. 아이들은 부모 생각보다 강하다지만, 아이의 숨겨진 강함만을 믿어야 한다는 게 엄마로선 못내 불안하다. 그 불안을 이겨낼 방법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매일 사랑한다 말해주고, 잘했다 용기주고, 너라서 고맙다 안아주는 수밖에.

둥지를 떠날 때까지 지켜주고, 상처입지 않은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훨훨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부모의 역할을 할밖에.

다시 아기새에 생각이 닿는다. 그 아이는 어쩌다 차가운 길 위에 놓이게 됐을까. 집을 잃었다면 돌려보내 줘야 하고, 버려졌다면 안전한 곳을 찾아줘야 하고, 적어도 지켜봐주고 여기 있다고 알려라도 줘야 한다. 그랬어야 하는데.

다음날 그 길을 지나는데 아기새의 흔적이 없다.

원하는 곳으로 돌아갔니.




그거밖에 못해줘서, 미안해.

+ 쓰는 내내 떠올렸지만, 어쩌면 널 위해 쓴 글이지만, 차마 부를 수 없던, 끝내 부르지 못한.

아기새 같았던 아이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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