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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하린 Mar 07. 2024

향기의 파급력

향기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향으로 기억되는 사람

인간이 느끼는 오감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가장 강력한 것은 시각도 청각도 아닌 후각이라고 한다. 이렇듯 모든 첫인상은 향으로 시작된다. 우연히 길을 걷다가 스쳐 지나간 누군가에게서 첫사랑의 향기를 맡거나, 오래되어 낡고 흐려진 기억 속 너머 유아시절이 떠오르거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설렘과 그리움을 느껴본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스무 살 대학을 막 입학한 새내기 시절, 한 선배에게서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향수 냄새가 났다. 그 이후로 그 향을 맡으면 자연스레 그 선배를 떠올리게 되었고, 마치 그 향이 선배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선배의 향이 너무 좋아서 그 향을 찾기 위해 백화점의 모든 향수 매장을 다 돌았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어렴풋이 오렌지 껍질에 풀잎과 위스키향을 섞은 것만 같았던, 살면서 맡아본 향 중 가장 매력적이었던 그 향이 떠오른다. 이토록 향이 주는 인상과 효과가 강렬하구나를 처음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이후 자연스레 내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가 나를 향으로 기억해 주며 그 향을 맡을 때마다 나를 떠올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게 되었고 그때부터 향수에 큰 관심이 생겨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일같이 뿌리고 다니고 있다. 



향수 소개 & 추천

필자는 향수를 좋아하지만 향수 덕후 치고는 향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예전에는 무조건 개수가 많으면 좋다고 생각해 마구잡이로 구매했다가 유통기한이 지나고 향이 변색되어 반도 못쓰고 버린 것들이 한가득이기 때문이다. 향수가 너무 많으면 유통기한 내에 다 뿌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7개를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별로, 포멀/캐주얼 스타일별로 3~5개 정도면 충분하다. 그럼 최근 필자가 직접 써보고 추천하는 향수 세 가지를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구딸 쁘띠쉐리 : SS / 복숭아 향과 배 향이 섞여서 간질간질 사랑스러움 자체인 향. 향이 인위적이지 않아서 마치 살냄새 같은 향수이다. 청순하고 여성스럽고 귀여운 느낌이 난다. 한 가지 단점은 지속력이 약하다는 점. 


펜할리곤스 더치스로즈 : FW / 장미 향수인데 잔향은 우디와 머스크향이 나며 포근하게 마무리된다. 필자는 장미향을 싫어하는데도 이 향수는 거부감 없이 매력적이었다. 성숙하고 섹시한 어른 느낌이 난다. 다만 사람에 따라 조금 느끼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장미 향수이지만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향. 


탬버린즈 CHAMO : FW / 개인적으로 탬버린즈 향 중에서 가장 베스트라고 생각하는 향수. 우디 하면서도 적당히 시원한 향이다. 올블랙으로 멋있고 힙하게 입은 젊은 여성 혹은 커리어우먼에게 잘 어울리는 향인데 단점은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사용 중이라 향이 겹칠 수도 있다는 점. 남녀모두 호불호 없이 사용가능한 중성적인 향수이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당신은 어떠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이십 대 초반에는 주로 내가 좋아하는 향을 뿌리고 다녔다. 우디, 머스크 계열의 중성적인 향을 좋아해서 이런 계열의 향수를 자기만족을 목적으로 뿌리고 다녔다면 최근에는 나의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향을 구매해서 뿌리는 편이다. 어느 정도 자신의 외적인 이미지나 사람들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형성되거나 고정된 이후에는 이와 어울리는 향을 뿌려준다면 향수가 자신만이 가진 이미지와 매력을 더욱 극대화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에게 맞는, 지속력과 향이 좋은 향수 하나쯤 구매해 지속적으로 뿌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누군가는 그 향을 맡을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누군가의 기억에 자취를 남는다는 건 이렇듯 생각보다 벅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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