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하린 Mar 22. 2024

MBTI가 어떻게 되세요?

과몰입러를 향한 일침


MBTI가 어떻게 되세요?

MBTI는 16가지 성격유형으로 분류하는 검사로 약 4년 전 등장해 전국에 돌연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이제는 처음 본 사람에게 MBTI를 물어보는 것이 곧 이름이나 나이를 물어보는 것과 같이 당연한 절차가 되었으며 MBTI별 성격적 특징을 요약해서 분석하고 이를 맹신하는 ‘MBTI 맹신론자’들이 우리 주위에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토록 MBTI에 과몰입하는 문화,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  


MBTI의 맹점

첫 번째, MBTI 검사를 하는 건 타인이 아닌 자신이며 옆에서 이를 채점하듯이 객관성을 검토해 줄 수 있는 관리감독자는 없다. 그러나 우리들 중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몇 없다. MBTI는 말 그대로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스스로 믿는 자신의 모습이거나 혹은 믿고 싶어 하는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검사 시 겪고 있는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최근 어떤 일을 겪었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 변화에 예민한 사람일수록 일관성 있는 결과가 나오기는 어렵다. 그 실례로 필자는 지금까지 5번 이상의 MBTI 검사를 했지만 매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세 번째, 일반화의 오류의 위험성. 아마 이미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음에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성향, 그리고 성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게 엮여 있다. 절대 그 많은 인간 유형들을 고작 16가지로 분류할 수는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우리는 결과가 아닌 과정

그러나 우리는 이미 첫인상에서 MBTI에 대한 답변을 듣는 순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론 내어 버린다. 보다 쉽게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시작된 일이 오히려 더 이상 노력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I는 소심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집순이’. ‘N은 생각 많고 복잡하고 예민한 사람’, ‘T는 공감능력 결여의 소시오패스’. ‘J는 여행 가서도 분 단위로 계획을 세우는 사람’. 이렇게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뒤섞인 성급한 결론을 낸 뒤에는 그 사람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는 노력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 이미 결론을 내고 마침표를 찍었으니. 그러다 타인이 자신이 내린 결론에 부합하지 않는 요소들을 보면 이상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겠지, “T라고 하지 않았어요? 근데 그런 생각도 해요?” 이미 눈치챘겠지만 필자는 ‘INTJ’에 가깝다. 항상 다른 결과가 나오긴 하지만 스스로 생각했을 때,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도 이 유형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처음 본 누군가가 나에게 MBTI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필자는 항상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저는 검사할 때마다 다르게 나와서 잘 모르겠어요.” 사실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MBTI를 말하는 순간 나는 그저 그 유형의 대표자가 되어 정해진 틀 안에서만 나를 바라보겠지. 나를 멋대로 판단하곤 더 이상 알아가려는 노력은 하지 않겠지…’라는 두려움이 결과를 쉽게 내뱉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결과가 아닌 수없이 변화는 과정인데 말이다.


오래된 시선과 사랑

‘MBTI별 팩폭’과 같이 온갖 선입견과 극단주의가 만난 콘텐츠들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곤 한다.  처음에는 재미로 소비하며 유행처럼 돌기 시작했지만, 지나친 맹신과 편견으로 인해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어느새 더 세심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타인을 알아가려 했던 예전의 노력을 그리워하는 당신을 발견한다면, 이제는 누군가에게 MBTI를 묻는 대신에 전보다 더 많은 시선과 눈길을 던져보자. 그 사람이 얼마나 다양하고 다채로운 빛깔을 품고 있는지 깨닫게 될 테니.



매거진의 이전글 반려인 1200만 시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