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손
일을 하다 보면 도움을 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고객들을 간혹 만나게 된다. 내가 여자라서일까.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무거운 것을 번쩍 들어 올려 버티는 일이, 옆에서 보기에는 작은 불안감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아니면 단순히 배려심이 강한 사람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런 배려가 작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는 것이 나의 곤란함이다.
가벼운 브래킷을 먼저 천장에 고정하고 그곳에 등을 끼워 설치하는 방식이 아닌, 등기구 자체를 천장에 대고 나사를 박아야 하는 평판등 작업은 힘이 많이 든다. 길이가 1미터도 넘는 3구 거실등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나는 혼자 진행하는 쪽이 더 편하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수락한 것이고, 나는 충분히 상황을 장악할 수 있다.
그런데 옆에서 돕겠다고 손을 더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그 손을 지휘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보통은 괜찮다고 사양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한 듯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머릿속에서 계산을 하고 몸은 이미 체득한 순서를 따라 움직인다. 그 흐름 속에서, 친절한 침입자를 만나는 것이다. 그 친절함을 차단하지 못하는 순간, 나의 계획 역시 흐트러진다. 내 안에도 불쑥 끼어든 손에 의지하는 마음이 생겨버린다. 이건 어쩔 수가 없다. 그 손은 방해이면서 동시에 유혹이다. 하지만 결국 책임은 내가 진다. 나는 이 불안정한 우왕좌왕 속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균형을 붙잡아야 한다. “감사합니다.” 인사는 건네지만, 속마음은 조금 다르다.
휴. 잘 넘겼다.
그날은 640mm 크기의 평판등이었다. 선을 연결할 때만 손 하나를 빌려주면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작업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힘은 든다. 아무리 가벼운 물체라도 한 손으로는 천장을 향해 올려붙이고 고정시킨 채 다른 손을 움직여 전동 드릴로 작업하는 일에는 팔과 코어의 힘이 많이 필요하다. 고객은 처음부터 뭐든지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어 보였다. 그리고 계속 주위를 맴돌았다.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 왔다.
"제가 할게요. 놔두세요."
"저 혼자도 괜찮아요. 손 떼셔도 돼요."
이런 식의 말을 몇 번 하고는 나도 조금 지쳤다. 그 뒤로는 그냥 흐름에 맡겼다. 포기나 체념. 거창하게 말하자면 대충 그런 감정이었다. 작업은 잘 끝났지만 위태로운 순간이 없었던 건 아니다. 내 몸은 이미 알고 있다. 어디에 힘을 줘야 하는지, 언제 숨을 참아야 하는지. 그런데 누군가의 손이 들어오는 순간, 나는 그 모든 것을 다시 설명하고 나누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서로 다른 손들이 따로 노는 순간이라도 생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가끔은 생각한다. 여자고 뭐고를 떠나서, 내가 작업하는 모습이 어딘가 어설퍼 보이는 건 아닐까. 그건 내가 알 수 없는 영역이니 답답하다. 때로는 대놓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기도 한다. 작업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 속 내 모습이 딱히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모르는 일이다. 지켜보는 사람의 시선은 또 다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조금 더 단호해질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나는 처음부터 고객들과 친밀감을 만들어가는 편이다. 내 집에 들어온 낯선 사람에 대한 긴장감이, 내 기분까지 흔드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바로 그 태도가, 친절한 침입을 거절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제는 배워야 할 것 같다. 도움을 거절하는 방법을. 상대가 무안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내가 흔들리지 않도록.
그 선을, 내가 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