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철판과 두 개의 마음 사이에서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고객은 말했다. 심장과 신장이 많이 안 좋다고. 그러면서 집이 지저분하다고 했다. 타인의 방문에 앞서 미리 고지를 해두는 느낌이었다. 집안은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정리와 청소에 쓸만한 에너지가 없는 것 같았다. 안타까웠다. 동시에 여기서 일하려면 걸리적거리는 게 많으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메인 작업은 3구짜리 거실 형광등 속의 부속품을 제거하고 LED 모듈로 교체하는 일이었다. 거실 천장에 붙은 등을 보자마자 나는 잠깐 멈칫했다.
'오늘 일은 여러모로 쉽지 않겠다.'
원래 형광등의 철제 프레임은 LED의 그것보다 훨씬 무겁긴 하다. 그래도 저렇게 3구가 철판 하나에 통째로 붙어있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120x70 정도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철판. 저걸 내가 혼자 들어내리고 올릴 수 있을까. 잠시 생각을 해본 뒤 작업에 들어갔다. 일단 사다리를 펴고 올라가 유리커버를 떼어냈다. 그리고 형광등 부속을 해체했다. 커다란 철판이 훤하게 드러났다. 아니다. 이건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고객은 가만있어도 힘들어 보였다. 병은 그의 몸에 그대로 새겨져 있었다. 잠시 고민했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미안하고 민망했지만 도움을 요청할 밖에.
"저 혹시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안 그래도 바로 옆에 서서 계속 도와줄 일을 찾고 있던 고객은 흔쾌히 응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의 키가 꽤 컸다는 점이었다. 힘도 남자이다 보니 나보다는 세겠지만 무거운 물건을 들고 움직이는 일은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나는 최대한 내가 버티면서 최소한의 보조로 그의 몸을 빌리기로 했다.
일단 너트를 풀어 철판을 천장에서 떼어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조금이라도 기우뚱하면 사고가 날 수 있다. 고객은 철판의 한쪽 프레임을 잡았다. 나는 중앙을 받치고 다른 쪽 프레임을 잡으며 천천히 무게 중심을 아래로 옮겼다. 내가 사다리에서 내려와야 했으므로 고객이 거의 혼자서 철판을 지고 있는 순간도 있었지만 다행히 철판은 안정적으로 바닥에 안착했다.
"괜찮으세요?"
"네."
다시 올릴 일이 더 걱정이었지만 일단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철판에 모듈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모듈을 한 면에 자석으로 주욱 붙이고 선을 연결해서 다른 쪽 면에 컨버터 3개를 양면테이프로 붙였다. 작업은 끝났다. 이제 올려야 한다. 내리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고객은 내가 사다리로 올라가는 동안 혼자서 철판을 들고 있었다. 나는 신속하지만 신중하게 사다리 위로 올라가 철판을 같이 들어 올렸다. 천장의 브래킷에 붙은 볼트가 철판의 구멍 안으로 정확하게 들어와야 했다. 이때가 가장 힘들다. 볼트는 철판에 가려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다행히 짧은 시도 끝에 볼트는 구멍 아래로 빠져나왔고 나는 재빨리 너트를 조였다. 두 개만 조여도 철판이 천장에 붙어 있긴 한다.
"이제 힘 좀 빼셔도 괜찮아요."
나는 계속해서 너트를 조여나갔다. 그런데 한쪽 구석의 볼트가 1/3 정도 밖에는 빠져나오지 않고 있었다. 만져보니 뭔가가 천장과 철판 사이에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컨버터였다. 브래킷 바로 아래 컨버터가 들어가면 브래킷의 두께 때문에 철판이 천장에 착 달라붙지 않는다는 것을 계산하지 못했다. 세 개 중 하나가 딱 그 위치에 걸려 있었다. 나는 천장과 철판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컨버터의 위치를 변경하려 애썼다. 제대로 하려면 철판을 다시 내려야 하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컨버터는 양면테이프에서 떼어내어 졌다. 하지만 위치 변경은 여전히 여의치 않았다. 결정을 해야 했다.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손을 철판에서 빼내는 순간 천장에 빨간 피가 보였다. 손등을 보니 까져서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이거 내려야겠어요. 죄송해요. 피는 닦아드릴게요."
우리는 다시 철판을 내려서 컨버터의 위치를 변경했다. 그리고 다시 올려서 너트를 조이는 일을 한번 더 했다. 이번에는 볼트가 제대로 내려왔고 등기구는 천장에 제대로 달라붙었다. 이제 끝이다. 차단기를 올리고 스위치를 올렸다. 끝이 아니었다. 여섯 개의 모듈 중 하나가 제대로 점등되지 않고 있었다. 저렇게 되는 건 처음 봤지만 감이 왔다. 이건 제품 불량이다. 다른 어떤 작업도 오류가 나도록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세팅을 달리 해보다가 결국 결론을 냈다.
"이거 제품 불량이에요."
"어떡하죠?"
나는 일단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판매자는 듣자마자 바로 다시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래도 난감했다. 내가 다시 와야 했다. 내 잘못도 아닌 일이었다. 그렇다면 출장비와 작업비를 또 받아야 하나? 아니다. 이렇게 불편한 몸으로 도와준 고객에게 그럴 수는 없었다. 사실 남은 작업이라는 것도 꽤 단순하긴 했다. 모듈에 잭을 끼우고 커버만 장착하면 되는 일. 고객이 스스로 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러기엔 오늘의 내 작업이 너무나 고객을 힘들게 한 것 같았다. 집에서 꽤 먼 곳이었으므로 그렇게 마음먹는 일도 솔직히 쉽지는 않았지만 다시 오기로 했다. 나는 남은 센서등과 주방등 작업을 마치고 사다리는 그냥 둔 채 현장을 떠났다.
다음 날, 오후가 되기 전에 연락이 왔다. 제품이 도착했다고. 나는 바로 준비를 하고 다시 어제의 현장으로 향했다. 고객은 고맙게도 지하철역까지 차를 가지고 와서 나를 픽업했다. 집이 아주 가파른 오르막길 끝에 있었기 때문이다. 작업은 순식간에 끝났다. 점등도 정상적으로 됐다. 커버까지 고정하니 무늬 사이로 빛이 예쁘게 새어 나왔다. 정말 끝이다. 뿌듯했다.
지하철 역에 도착하니 고객이 보낸 문자가 보인다.
"작업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고칠 일 있을 때 또 연락드려도 되지요?"
너무나 감사했다. 미안하고 감사했다. 이런 순간이 가장 기쁘다. 그리고 나는 그 집의 오르막길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