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의 어수선함 사이로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지상으로 오른다
물밭이 된 길을 지나 도착한 건물 입구엔
우산을 터는 쓰레기통이 서 있다
쩌억 금이 가 있는 것이
마치 내 모습처럼 초라해 보인다
당기세요
말 잘 듣는 아이가 되어 무거운 유리를 힘껏 당기고
왠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듯 서둘러 도착한 6층
더듬더듬 물어 찾아간 창구에는
심드렁한 표정의 젊은 여자가 있다
아크릴 가림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런 저런 말을 주고 받는다
그러다 이내 가슴 속엔
생각지도 않았던 따스한 눈물이 고인다
안내문과 메모한 종이를 챙겨넣고
감사합니다
눈은 어느새 그쳐 흰 가루 같은 것들만 두서 없이 떠다니는 찬 공기 사이로
아까와는 사뭇 다른 걸음을 걷는 내가 지나간다
“신용회복위원회”
간판을 한 번 쳐다보고 바닥에 쌓인 눈으로 시선을 돌린다
두 연인이 다듬고 있는 어설픈 눈사람이 나를 닮았다
여전히 형편 없는 모양새지만
하얗게 다시 태어난 느낌
오래 간직하고 싶어 주변을 눈에 담는다
오늘부터 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