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썼다

by 하린

애썼다.

너 많이 애썼구나.

나의 손자국이 새겨진 흔적을 뒤져보며

새삼스럽게 안쓰러워하다

문득 깨닫는다.

텅 빈 구멍 속에서 헛되이 애썼구나.

살아남기 위해 애썼지만

내 존재를 증명하고 싶었던 것 뿐.

내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것 뿐.

그 존재가 물리적으로 존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얻으려 애쓰지 않았다.

먹고 살기 위해 애쓰는 일은

좀 더 날것의 마음을 쏟아붓는 일.

정수리부터 발가락 끝까지

온 몸을 움직여 애쓰는 일인데.

그걸 배우지도 스스로 알지도 못한 채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

늦가을 단풍보다 더 짙은 깨달음은

배움의 기쁨조차 느낄 수 없도록

명치를 짓누르며 나를 바라본다.

이제 현생에 고개를 내밀어야 할

헛된 주름으로 가득한 얼굴은

도망칠 곳도 없는 세상을 바라본다.

내 자리를 한뼘이라도 만들기 위해

애써볼 힘이 아직은 남아있길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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