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25.7-1

by 하린

용서가 안되거나 납득할 수 없으며 억울한 일들이 끊임 없이 계속되었다. 지난 10년간. 아니 15년일지도 모르겠다. 누군들 그렇지 않은 삶을 영위하고 있겠으랴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일도, 다 내가 벌인 일들이지 누굴 탓할 수는 없다며 모든 것을 떠안으려는 노력도 이젠 한계에 다다랐다. 원망하고 싶어졌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를. 그리고 세상을. 밖으로 해 끼치지 않고 속으로 삭이며 넘어져도 금세 일어나는 일을 반복하는 가운데 삶의 의욕을 되찾곤 했는데. 모든 것이 부질없고 고통은 끝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긴 했지만 곧 다시 삶으로 오뚜기처럼 돌아오곤 했던 나였는데. 챗바퀴에도 끝은 있었다. 그 무의미함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삶이라는, 신인지 우주인지 알 수 없는 에너지인지가 지껄이던 소리도 잠잠해졌다. 그제서야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 나는 성실하게 살아왔다. 나는 노력을 했다. 나는 힘들게 일했다. 그래도 먹고 살기가 힘든 세상이라면 세상이 잘못된 것이다.

내가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요즈음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부터 왔다. 누군가는 요청을 하고 누군가는 그 요청을 해결해주는 플랫폼에서 나는 거듭 부당한 일을 당했다. 그 중 최근 일주일 사이에 벌어진 일에 대해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나는 누군가의 요청을 해결해주는 일을 하지 않았는데 그 누군가는 나에게 별점 테러를 했고 그로 인해 수직하락한 평점으로 5일동안 일을 얻지 못했는데도 그 일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어느새 나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되어 있었다. 내용증명을 보내 손해를 보상받으려는 노력은 내용증명을 받는 사람에게 공격적인 가해 행위로 간주되었으며 분쟁 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그와 나의 중간에서 의견을 전달하는 플랫폼 측의 직원 역시 실질적인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며 거듭되는 수정 요청에도 불구하고 나를 가해자의 위치에 놓아 소위 ‘조정’이라는 것을 진행했다. ‘분쟁’의 발단은 그가 아니라 나였다. 조정자라는 직원은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영구 계정 정지를 당하게 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도 품위있게 내뱉었다. 명예훼손과 영업방해와 허위사실 유포로 형사 고소를 진행중인 나에게 그 고소의 끝이 나의 패배라면 역시 영구 계정 정지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도 못박았다. 두 사람의 상반된 입장 사이에서 난처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조정자의 입장을 끝까지 헤아려주던 나는 통화를 마치고 난 뒤에야 내부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남을 느꼈다. 그 폭발은 시작이었고 내 몸 전체를 태워나갔다. 내가 부당한 일을 당했구나. 이러면 안되는 거구나. 확신이 들었고 화가 났다. 그러나 내 입장을 최대한 우아하게 표현하는 글을 작성해 민원성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주말이다. 이틀을 기다려야 답이 올까 말까할 것이다.

그동안 나는 생각해본다. 내가 당한 부당한 일들에 대해서. 위에 서술한 일이 그렇게 진행되었던 이유의 근원에 대해서도. 현재 겪고 있는 생활고의 까닭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철저하게 나의 잘못은 배제하기로 했다. 그래도 될 것 같았다. 전적으로 내 주변을 원망하고 책임을 묻기로 했다. 물론 그것이 결국은 나를 갉아먹는 일일 뿐이라는 아주 익숙한 도인의 조언이 들려온다. 전부 다 무시하기로 했다. 나는 그래도 된다. 나는 이미 값을 다 치루었다.

나는 죽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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