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글과 ‘나다움’의 간격

<료의 생각 없는 생각> 비평

by 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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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의 생각 없는 생각>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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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과로에 시달리던 20대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보도되었다. 대기 줄을 자랑하던 베이커리의 화려한 이미지 이면에는 가혹한 노동 환경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저자 료는 이 업체의 대표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을 통해 ‘아름다운 것’을 말하는 시스템이 실제로는 ‘아름답지 않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음을 드러났다. 그리고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 출판된 책이다.





이 책은 이전에 이미 읽었으나, 그때도 굳이 다룰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서평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런던베이글뮤지엄 노동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이 책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고, 이렇게 또 다루게 된 내 마음도 복잡하다. 그저 지나친 텍스트로 남길 수도 있었는데, 말과 행동의 불일치에 대한 극명한 사례와 맞물려 이제는 그 모순을 기록하고 싶어졌기에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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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나답게 살라”고 말한다. “매 순간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라”고 한다. 일상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삶을 관조하라는 메시지에는 감각적인 문장들이 덧붙어 있다. 그러나 정작 그가 운영한 사업장에서는 강도 높은 노동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강요되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말은 고결했으나 행동은 그렇지 못했다. 예술가라는 포장과 사업가로서의 현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간극이 있었다.


저자가 말한 ‘나답게 살기’는 결국 타인의 고통을 비용으로 치르며 쌓아 올린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히 말과 실천의 어긋남을 넘어, 말의 근거 자체가 무너졌음을 보여준다. 독립된 텍스트라 하여도 독자의 윤리적 판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이 책은 그 시험대에서 실패했다. 문장 이전에, 삶의 방식이 이미 허락되지 않은 것이었다.


개인의 성취와 도덕성을 분리해서 볼 수 있는 경우와는 달리, 작가가 그토록 되고 싶었던 예술과 철학 분야는 더욱 분리할 수 없다. 이 둘은 객관성에서 가장 먼 분야이자, 창작자의 인격에 가장 가까운 분야이기에 그렇다. 우리는 가끔 메세지만큼 메신저를 보게 된다. 그래서 둘의 간극이 크면 클수록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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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제 또 다른 방식으로 읽힐 수 있다. ‘성찰’이 아니라 ‘위선의 기록’으로. 이 책은 타인의 노동을 갈아 넣으며 축적된 말과 이미지의 형식을 보여준다. 독자는 그런 불일치를 비판적으로 독해하며, 예술적 언어와 현실적 폭력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묻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라면 이 책은 ‘윤리적 실패를 드러내는 사례’로 기능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그런 독해의 가치조차 갖는지는 의문이다.작품과 작가를 분리하는 문제는 늘 어렵다. 그러나 그런 고민을 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작품은 따로 있다. 단언컨대, 이 책은 그럴 필요가 없다. 좋은 글은 진실되거나 아름다워야 한다. 본작은 둘 다 아니니.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었던 독자들이 이 사건을 접하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할 뿐이다.지금 다시 보게 된 책의 마지막 목차와 현실의 괴리감은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말과 글을 믿기 어려운 시대다.




8. 모든 질문의 끝에 사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