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장교가 되다

연락장교(3)

by 하까몽

수술후 회복되지 않은 몸상태로 지휘실습에 나선 나의 의지가 대견하다고 생각한 건 나와 교관뿐이었던 것 같다. 중대장은 실망했고 나에 대한 악담을 보고서 뿐 아니라 온 사단에 남긴 모양이었다.


지난 겨울 12사단으로 먼저 향해 임무를 수행하던 학사장교 동기들에게 수없이 많은 연락을 받았다. 다행인 것은 그들 중 내가 갈 그 부대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없었다는 것이다. 만약 그들 중 누가 골골대던 내 모습을 보았다면, 나는 정말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나를 걱정하였고, 정식으로 부대로 가게 되면 꼭 인제나 천도리에서 함께 모여 회포를 풀자고 약속하였다.


그들의 위로로 두려운 미래가 조금 가려지던 차에, 사단 본부에서 근무하는 한 동기로부터 연락이 왔다.

"형, 형 그 부대 아니라는데?"


나도 내심 그렇게 바랬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두 번째 초군반 교육이 시작되기 전, 나는 어떻게든 장성 상무대에 남아있고 싶었다. 그래서 교관과 당시 아껴주시던 연대장께 인사 명령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초군장교의 인사명령은 보병학교에 있는게 아니라 원 소속부대에 있는 것이었다. 나는 꼼짝없이 12사단으로 향해야만 하는 운명이었고, 새로운 초군 교육이 시작되서야 이를 받아들인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한 번 정해진 부대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향로봉의 그 부대로 향해야만 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확했다. 당시 면담했던 대대장이 내가 비록 폐급일지언정 나를 데리고 가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내가 지휘실습을 갔던 그 부대에는 나의 대학교 선배가 있었다. 그는 부대에서 인정 받는 우수 장교였으며, 본부중대장까지 헌신하며 이제 막 전역하는 차였다. 대대장은 내가 그 바통을 이어받기를 원했다. 일단, 화기중대의 부중대장으로 온 다음 중위 진급 때 본부중대장을 2년 하고 전역하라는 것이었다. 본부중대장은 장기복무자를 지망하는 자에게 권장되지 않는 보직이었으므로, 당시 모든 소대장들이 장기복무를 원하며, 참모 자리에 가고 싶어 하는 상황에서 의무복무만 하고 나갈 내가 적당한 인원으로 보였던 것이다.

대대장은 당시 가졌던 짧은 면담에서, 체력은 본부중대장에게 중요하지 않으며 그저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몇번을 강조하였다. 그러며 학교 선배만큼만 하면 된다며, 잘 해낼 것을 격려하였다. 이렇게 대대장 또한 내가 그 부대에 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그 부대로 가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형 연락장교래"

동기는 나에게 그렇게 전달한 뒤 전화를 끊었다. 연락장교라는 보직은 듣도 보지도 못한 말이었다.

나는 인터넷에 연락장교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초록창이던 구글이던 의미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당시 초군반의 숙소에는 인트라넷을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실이 있었다. 교관께 허락을 맡고 공부를 더한다며, 인트라넷을 뒤졌다. 그러나 당시 내 수준으로는 뭔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전혀 없었다.

나는 연락장교가 전화하는 동안 친구가 그냥 만들어낸 보직이라 여겼다. 왜냐하면 당시 네이버에선 연락장교가 전시에만 편성되는 것이라는 글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날 나는 또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12사단 인사장교입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상급자의 전화를 받자마자 자동으로 충성을 외쳤다.

"그... 아프다고 들었는데, 정신에 문제 있는건 아니죠?"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정신이라는 표현을 굉장히 조심스럽게 하는 그의 말투에서는 사무적인 것 보다는 약간의 배려가 느껴졌다.

"네? 무슨 말씀입니까?"

"그... 정신질환 이런 것 때문에 유급된건 아니죠?"

체력이 약하고 정신력이 부족하다는 중대장의 평가가 이렇게까지 와전된 것인가, 나는 순간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닙니다. 소장 천공 때문에 유급되었습니다."

"아 알겠어요. 사단 본부에서 신고하고 연락장교로 근무할거니까, 대대 말고 사단 본부로 바로 오세요."


그렇게 나는 연락장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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