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르게 실패하기 - 브런치를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

존 크럼볼츠, 라이언 바비노 지음

by 하크니스

나는 무엇인가를 미루는데 도사다. 미룰 때는 미룰 수 있는 근거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게다가 그 핑계들은 얼마나 창의적이고, 합리적인지 미룰 수밖에 없어진다. 연말에는 '올해가 지나면, 새해가 되면 시작해야지'라고 미루고, 집안을 정리하려고 하면 '좀 더 넓고 깨끗한 집으로 이사하고 나서 하자'라고 나를 설득한다.


더 빠르게 실패하기는 이런 나에게 '조그만 행동을 어떤 전제조건 없이 바로 시작하라'는 메시지를 주었다.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하게 된 것도 이 책 때문이었다. 이 책이 아니었으면 난 지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지 않을 것이다.


브런치 스토리를 하려고 오래된 내 계정에 로그인을 했다. 그런데 브런치에 글을 쓰려면 '작가 신청'을 해야 된다고 했다. 작가 신청 버튼을 눌러보니, 내가 운영하고 있는 SNS URL도 넣어야 하고, 브런치 글도 있어야 되는 것 같았다.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생각했을 거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 내 SNS 방문자수와 팔로워수, 구독자 수 등을 늘린 후 다시 신청해야지! 작가가 되려면 아마 SNS가 활성화되어 있어야 할 거야!'


그런데 마침 이때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던 터라. '에라이 모르겠다. 일단 그냥 신청해!'라고 생각하고 바로 신청을 했다. 브런치에는 1개의 글이 있었고, SNS는 평소 내가 운영하는 회사 블로그 URL을 넣었다. 내가 운영하는 거니 상관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브런치 작가로 자격이 주어졌다. 만약 예전같이 조건을 더 만들고 완벽한 상태에서 작가 신청을 하려고 했다면 아직도 작가 등록도 못하고 SNS만 하다가 글도 연재할 수 없었을 거다. 지금은 설명력, 그리고 습관에 관해 매주 두 편의 글을 연재하고 있다. 이렇게 시작할 수 있게 된 건 이 책 때문이다.


만약 바로 작가 등록이 안되었어도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찾아 분석한 후, 보완해서 바로 다시 신청했을 것 같다.


이 책은 더 빨리 실패하라고 한다. 실패를 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시도'해야 한다. 바로 이 시도를 빠르게 하는 것. 이것이 빨리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회사 업무를 이용해서 바로 전자책을 쓰기 시작했다.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고 한 권의 책을 썼다. 크몽에 바로 심사를 올렸고 심사 대기 중이다. 심사가 되고 나면 이제 전자책이 판매된다. 사실 이 전자책 프로젝트도 처음엔 망설여졌다. '나보다 전문지식도 많고 이력이 화려한 사람이 쓴 책을 더 선호하지 않을까?'란 생각 때문에 망설여졌다. 하지만 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이력과는 전혀 상관없고,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만 하는 쉬운 책이 오히려 인기가 더 많을 것이다. 아주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책을 쓰자' 그래서 약 1주일 만에 책 한 권이 완성됐다.


어떤 시도를 하기 전엔 항상 불안함이라는 감성이 등장한다. 한편에선 분석적 사고라는 이성이 등장한다. 이성과 감성으로 중무장한 저항은 우리의 행동을 머뭇거리게 한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작은 행동'이다. 작은 행동은 우선 시도할 수 있게 해 주고, 작은 행동이 모이면 나아가려는 관성이 생긴다. 그리고 이 관성이 계속되면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이 완성된다. 이건 아주 이해하기 쉽고 간단한 진리이다.


또한 이 책에선 '흥미 있는 일', '즐거운 일'을 할 것을 원한다. 내가 즐거운 일, 하고 싶은데 이런저런 이유로 시작하지 않았던 일을 생각해 봤다. 나에게는 일본어 배우기였다. 일본 친구도 있어서 일본어로 대화하고 싶기도 했고, 워낙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 자막으로만 보는 게 좀 아쉬웠다.


그래서 바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넷플릭스에서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 딱 나온 상태였고, 다행히 일본어 자막도 지원이 됐다. 공부 방법도 애니메이션만 봤더니 일본어를 잘하게 된 건에 대하여라는 책을 읽고 그대로 실행해 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JLPT 일정도 알아봤고, 시험도 올해 두 번 볼 생각이다. 단어장도 사서 정리하고 있고, 일본역사도 보고 있다. 일본지도도 사서 붙여놓을 예정이다. 그냥 일본에 대해 알아가는 게 취미가 되었다. 일본어 공부에서 시작했지만 일본 자체에 대해 관심이 있기에 가능한 행동들이 아니었나 싶다.


책에는 바로 시작하는 것 외에도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고, 호기심을 가지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라는 좋은 이야기들도 많이 나온다. 독서모임도 다시 나가볼 생각이다. 가급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려고 한다. 매주 나가는 교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갖지 않았었는데, 사람 사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보려고 한다.


내 인생에서 책 한 권으로 이렇게 많은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준 책이 있나 싶다. 내가 궁극적으로 책을 읽는 목적은 첫 번째는 깨닫는 것이고, 두 번째는 행동이 변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내가 책을 읽는 두 번째 목적에 알맞은 책이었다. 올해 읽은 책 중엔 가장 좋았던 책이 아닌가 싶다.


작고 사소한 행동을 그냥 하는 것. 이게 내 삶을 바꿔줄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될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록이라는 세계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