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실패하고 보완한다
작은 행동으로 시작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빠르게 실패한다는 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더 많이 적용된다. 2025년 내 최대의 화두는 그만뒀던 유튜브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원래 북리뷰를 전문으로 하는 북튜버를 했었다. 그냥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핸드폰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대략적인 편집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거의 원테이크로 녹음하고, 자막만 만들어서 올리는 수준이었다. 구독자는 100명 정도, 꾸준히 할 수도 있었지만 흥미를 잃었다. 내가 봐도 재미없는 영상을 누가 봐주길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일종의 실패를 겪은 것이다. 그때 재빨리 보완하고 새로운 시도를 했어야 했다.
어도비의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프리미어 프로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당장은 쓰지 않을지 몰라도 배워두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편집 프로그램은 직관적이라 어렵지 않았다. 포토샵도 배웠다. 포토샵은 어려웠다. 어찌 됐든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배워놨다.
2025년이 되고, 내 루틴들이 다시 자리를 잡으면서 나의 삶을 공유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튜브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글로는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으니, 영상으로 만난다면 더 좋은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빠르게, 자주 실패하기 위해선 우선 영상을 올려야 했다. 내 모습, 내 일상을 찍어 올리는 데는 핸드폰 보다 더 좋은 영상 촬영 장비가 필요했다. 러닝 하면서 핸드폰을 들고뛰고 촬영하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회사 유튜버 편집 담당자한테 조언을 구했고, 오즈모 포켓 3을 사면 좋을 거라는 추천을 받았다. 바로 구매했다. 사실 무서웠다. 거의 100만 원에 달하는 아이템을 사면 당분간 카드값에 허덕일 게 분명했다. 하지만 생산수단을 구입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기로 한 결심에 따라 구입했다.
국내 품절이라 한 달이라는 시간을 기다렸다. 그동안 chat GPT와 영상 기획도 했다. 다른 러닝 유튜버들을 보니, 너무 진지하고 잘 달리는 사람 밖에 없었다. 그래서 좀 주눅이 들기도 했는데, 내 장점은 '개그코드'라고 생각했다. 러닝, 자기 계발 유튜버라고 해서 진지하기만 할 필요는 없으니까 중간중간 개그코드를 담아 영상을 만들면 많은 사람을 유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국 사람은 공감, 스토리, 유머를 좋아하니까.
오즈모 포켓이 오자마자 나는 아들을 촬영했다. 그리고 무편집으로 쇼츠 영상을 올렸다. 조회수 100, 그다음에 고양이 카페에 가서 아들을 찍고, 영상을 올렸다. 조회수 4.
무편집에 제목에도 성의를 들이지 않고 일단 올렸다. 올리는 관성을 키워야 할 것 같아서 올렸다. 역시 유튜브에서 일단 조회수를 높이려면, 썸네일과 제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들을 올리더라도 어떤 주제가 없으면 힘들다는 걸 알았다.
그다음은 나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러닝을 하러 가는 모습,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모습 등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내가 러닝 하는 모습 등을 찍었다. 사실 마음에 들진 않고, 재촬영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일단 찍었으니 편집해서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편집을 위해 노트북도 샀다. 오로지 편집용으로만 쓸 생각이다. 다른 잡다한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편집만을 위해 샀다. 진정한 유튜브 편집자가 될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를 했다. 오즈모 포켓을 샀는데, SD카드는 안 샀다. 난 SD카드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오즈모로 영상을 찍고 핸드폰으로 전송하는데 왼쪽 하단에 워터마크가 있었다. 나는 이걸 없애고 보내는 방법도 몰랐다. 와이프가 '근데 왼쪽 아래 워터마크는 못 없애?'라고 해서 그때 알아봤다. 심지어 아들 첫 영상에 그 워터마크가 그대로 찍힌 상태로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노트북을 사고, 윈도 설치하는 것도 몰라서 고생했다. 어도비 계정을 살펴봤더니 이렇게 비싼 플랜을 쓰고 있는지도 몰랐다. 정말 실수 투성이.
그런데 하나하나 알아가고 배워나가고 있다 보니 어느새 촬영방법, 촬영각도, 영상기획은 어느 정도 된 것 같다. 편집해 보면 또 어려울 수 있긴 하겠지만 계속 실패하다 보면 익숙해질 거다.
유튜버가 되는 것만 해도 이렇게 실패를 자주 한다. 빠르게 실패할수록 빠르게 성장한다. '내일부터 시작해야지'라는 말 자체가 이미 글러먹었다. '오늘,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그럼 하루 더 빠르게 실패할 수 있다.
실패는 당연한 일이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 실패를 바탕으로 보완점을 만들고 조정해 나가면서 또 다른 실패를 위해 시도하면 된다. 그렇게 인생은 조금씩 완성을 향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