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지 못했던 인생을 반성하며
싫증을 잘 느끼는 편이어서 뭐 하나 진득하게 해 본 적이 없다. 나름 여러 방면에 재능은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빠르게 어느 수준까지는 달성하는데 그 이후로 최고의 반열에 이른 것이 한 개도 없다.
피아노를 치러 갔다. 일주일 만에 바이엘 상, 하권을 마쳤다. 당시 중학생이었는데, 학원생들은 거의 초등학생들이었다. 중학생이니 선생님이 진도를 빨리 빼 주신 걸 수도 있다. 약 1년 정도 다녔는데 체르니 100, 30번을 마치고 40번에 들어가던 상황이었다. 싫증이 났다. 더 이상 진도를 빨리 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나는 그때까지 피아노 자체에 대한 흥미보다 진도를 빨리 나가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다. 진도를 빨리 나갈 수 없으니 흥미는 떨어졌다.
바둑을 배우러 갔었다. 두 달 만에 30명의 학생들 중에 15위 안에 들어갔다. 근데 그 위에 있는 애들은 몇 년씩 배운 애들이라 이기기가 힘들었다. 더 이상 바둑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위로 올라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합기도, 킥복싱, 배드민턴, 게임, 블로그, 미니홈피, 주식 등 어떤 걸 하더라도 초반엔 상당히 빠르게 배우고 성장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오면 '이거 해서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될까?'이런 생각들과 싫증을 느끼며 관두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싫증을 느끼는 타이밍이 바로 '낙담의 골짜기'를 만났을 때인 것 같다. 낙담의 골짜기는 아주 무섭고 외로운 곳이다. 일종의 현타가 오고, 과연 이걸 계속하는 게 나한테 도움이 될까?라고 자문하게 되는 순간이다.
내 인생 전체를 돌아봤을 때 이 낙담의 골짜기를 지난 게 거의 없다. 그런데 주변을 한 번 돌아보면 이 낙담의 골짜기를 지나온 사람들의 결과, 즉, 달성한 성취를 종종 볼 수 있다. 유튜브만 해도 그렇다.
'1년 동안 매일 턱걸이를 했더니 생긴 변화'
'매일 5km를 1년 간 달렸더니 생긴 변화'
이런 식의 썸네일과 주제들은 상당히 많이 있다. 우리는 그 썸네일을 지나칠 수 없다. 사람들은 '낙담의 골짜기'를 먼저 지나간 사람들의 결과물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엄청날수록 동기부여된다. 그리고 '나도 한 번 해봐야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결과에 관심이 많다. 결과가 매력적일수록 움직이게 된다. 하지만 그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긴 시간 동안의 노력을 깨닫지 못할 때가 많이 있다.
낙담의 골짜기는 무척 외롭고, 고되다. 중간에 한 번씩 회의가 밀려들어온다. 그런데 결국 무언가를 달성한 사람들은 이 골짜기를 이겨낸다. 김연아가 했던 유명한 말이 있다.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사실 오늘 아침에 일어날 때도 정말 힘들었다. 잠을 7시간 반이나 잤는데도, 그냥 아침 루틴이 하기 싫은 상태였다. 왼쪽 무릎이 장경인대 증후군으로 아파서 일주일간 재활 걷기만 한 상황이기도 했고, 일어나서 하는 맨몸운동도 오늘따라 너무 귀찮았다. 독서는 매일 하는데 독서로 인해 뭔가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은 못 받고 있는 찰나였다.
그때 내가 친한 동생에게 했던 이야기가 뇌리를 스쳤다. 친한 동생이 '비 오는 날에도 뛰어?'라고 물었을 때 내가 했던 말이다.
'뇌를 빼, 눈이나 비 이런 게 문제가 아니야 그냥 뇌를 빼고 뛰어'
그 이야길 들은 동생이 엄청 웃으면서 뇌를 빼라는 말이 너무 강렬해서 좋다고 했다. 내가 만든 말이지만 정말 잘 만든 말 같다. 생각이 작동하면 우리는 낙담의 골짜기를 지나가기 힘들다. 우리 뇌는 정말 타당한 몇 백가지의 핑계를 대며 우리 행동을 멈추려 든다. 독서, 맨몸운동, 러닝은 내가 지금 100일 넘게 하루도 안 빠지고 한 습관인데 이 습관마저도 가끔씩 하기 싫어질 때가 있다. 여기서 뇌가 작동하게 두면 우리의 습관은 100일을 했던 200일을 했던 무너질 수 있다.
매일 하는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 우리의 정체성을 만든다. 만약 100일 하고 내가 하던 행동들을 중단한다면 그때부터 나의 정체성은 바뀌게 된다. 그러니 멈추지 말고 꾸준히 해야 한다. 그래서 하프마라톤 완주 후 장경인대 염증이 왔을 때 다음 날도 나는 나가서 걸었다. 뛸 수 없으면 걷기라도 해야지라는 심정으로 걸었다. 뛰고 싶은 욕구도 꾹 참고 일주일을 아침에 걷기만 했더니, 많이 나아졌다. 맨몸운동 루틴에 하루는 중둔근 운동을 추가했다. 이렇게 발전해 나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포기만 하지 않고, 계속 꾸준히 해나가면 결과는 따라오리라 믿는다.
'맨몸운동', '러닝', '독서', '일본어 공부' 이런 것들은 정직한 것들에 속한다. 정직하다는 것은 '내가 한 만큼 그에 합당한 결과가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드민턴이나 바둑, 킥복싱 이런 건, 내가 하는 만큼 따라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하는 반복행동들은 한만큼 결과가 나오는 비교적 정직한 것들이다. 이런 게 난 좋다. 핑계를 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세상을 40년 살아보니, 꾸준히 한 사람들이 이기는 것 같다. 나랑 같이 피아노를 시작했던 사촌동생은 나보다 5년을 더 열심히 피아노를 쳤는데, 나중에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악보 없이 현란하게 피아노를 쳤다. 그런데 어찌 그렇게 멋이 있는지. 결국 시간을 써서 꾸준히 반복한 사람의 결과를 눈으로 지켜보면 감동을 받게 된다.
지금 몇 살인지, 어느 때인지 중요하지 않다. 꾸준한 행동의 결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 꾸준한 행동을 기록하고 이 세상에 노출시켜 나라는 사람의 캐릭터의 팬이 생기면 나는 성공하는 것이다.
최근 읽은 부의 공식에 이런 공식이 나온다.
(재능 + 집중력) -> 숙달 -> 열정
자신이 가진 재능에 집중하고, 이걸 '숙달' 해야 한다고, 그때 열정이 생기는 거라고 한다. 결국 열정 전에 숙달이라는 선행조건이 붙는다. 숙달이란 반복해서 익숙해지는 것이다. 나는 이걸 3년 정도라고 생각한다.
현재 하고 있는 반복행동인 '맨몸운동', '러닝', '독서', '일본어', '설거지'를 '유튜브', '브런치'를 통해 계속해서 노출하는 것. 이것을 숙달하고, 열정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결국..꾸준한 사람이 이기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