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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찬 Jan 14. 2021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를 시작하며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음악과 책과 여행이 어울리는 계절, 이 계절에 지나간 많은 시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살며시 나의 눈에 눈물을 고이게 하지만 점점 깊어가는 계절의 속내음이 내 가슴속을 품게 하고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합니다. 이 계절에는 고독이라는 단어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고 때로는 맨발로 이 땅 위에 내려온 시간을 맘껏 밟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삶이 ‘인생이란 커피 한 잔이 안겨다 주는 따스함의 문제’라는 리차드 브로티간의 작품을 생각할 수 있어 좋고, 뜰 한 켠에 제멋대로 자란 키 큰 갈대의 하얀 무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좋습니다. 이러한 계절에 비 내리는 창가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나의 삶의 철학을 가득 채운 머그잔을 내 입술에 살며시 가져가 봅니다. 

비오는 날 아침 커피 한 잔의 향기를 느끼며 차창에 비친 거리의 모습

  

달라스 한국문화원을 뉴스코리아 빌딩으로 옮겨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로 타이틀을 바꿔 다시 시작하던 날, 그윽한 커피 향기를 나의 소중한 머그잔 속에 담아 마시며 새로 정리된 나의 서재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오래된 고서들을 펼쳐보았으며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이메일을 보냈고, 그의 연주가 세상을 품은 첼로의 거장 로스트로포비치(Rostropovich)의 명 연주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 6번 D Major를 감상하며 머그잔을 화려하디 화려한 덴마크 산 ‘로열 코펜하겐’ 찻잔에 비교하지 않았고 ‘Fine Bone China’ 제품에 비교하지 않았으며, 없어서는 아니 될 꼭 필요하고 소박한 삶의 한 도구로써의 머그잔을 잔잔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집 정원에 앉아 스쳐가는 계절의 내음을 커피와 함께 소중한 머그잔에 넣었습니다.

  머그잔은 싸구려 같고 투박하여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로얄 코펜하겐’처럼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하지만 세상을 가장 낮게 바라보는 자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삶의 질그릇이 됨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집 정원에는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와 같이할 소중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리운 이를 생각하며 비어있는 잔에 커피를 가득 채우고 나면 머그잔은 금새 커피잔으로 변하고, 커피를 마실 수 없다고 투덜거리는 이에게 커다란 머그잔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우고 녹차 티백을 하나 넣어서 보리차 마시듯이 후 불어 마시면 머그잔은 어느새 찻잔, 허겁지겁 일터에서 들어와 갈증을 씻으러 머그잔에 물을 담으면 물잔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머그잔 속에서 나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지혜의 그릇, 나의 평범한 모습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우리의 가치관과 삶이 바뀌어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주말이면 마음의 작품을 찾아 항상 찾는 Kimbell Art Musium입니다.

  선이 그리 예쁘지 않는 둥그런 원통, 울퉁불퉁한 디자인에 단순하며 보잘것없는 직사각형의 옆모습을 한 질그릇이지만 거기에다 예쁜 그림으로 꾸며지고 맛깔 나는 커피 향을 담았을 때에 비로소 투박한 그릇이 마법의 잔으로 변하게 됩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즐겨 찾을 수 있는 커피잔, 나는 이것을 보며 우리가 배우고 무엇인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가 있다면 머그잔 속성을 통해 얻은 지혜를 통해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커다란 희열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달라스에 있는 Winspear Opera House 입니다. 오래전에 작품을 한 번 이곳 무대에 올린적이 있습니다. ㅎㅎ

  그들과 같이 멀리 떠나라 수 있고, 집집마다 유화작품 하나씩을 걸어놓고 푸치니(Giacomo Puccini)의 오페라 이야기를 할 때면 배움의 노력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때로는 세계 최정상 연주자들의 공연을 보고 콘서트와 그들의 아트세계에 대하여 이야기 꽃을 피울 때면 어느새 그분들 마음 가운데는 연분홍 꽃 무늬에다 잔잔히 박이 에메랄드 빛 보석 알이 박힌 화려한 머그잔으로 변해있는 것을 느낄 수 가 있었습니다. ‘그릇은 문제가 아니다. 단지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가가 중요하다’라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창작인지 모방인지 모르지만 우리집 막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은 저에게 많은 감동을 줍니다. 소외된 자에대한 우산, 그런 순수한 마음을 저도 가지고 싶습니다.

 이제 나는 그러한 머그잔 하나를 들고 긴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사람들이 그리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을 향해 말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고, 밤새 우리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 질그릇은 보잘것없고 흔한 것이었지만 난 그 속에 ‘Fine Bone China’보다 더 향기 나는 커피를 담을 것입니다. 보다 멋진 경험을 통해 진솔한 나의 삶의 이야기를 가득 채울 것입니다. 이곳 저곳을 다니며 나의 모든 이야기를 소중하게 담을 수 있는 머그잔을 만들 것입니다. 음악을 이야기하고 여행을 이야기 하며 나의 가장 소중한 삶의 진리들을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남들이 그저 스쳐 지나갔던 곳을 찾아 그곳에 숨어있는 비밀을 찾고 그 속에 남아있는 진솔한 이야기들을 머그잔에 넣어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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