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파이크스 픽(Pikes Peak)
눈을 떠보니 새벽 6시, 오늘은 콜로라도 스프링스(Colorado Springs)을 거쳐 파이크스 픽(Pikes Peak)에 가는 날입니다. 댄버(Denver)를 거쳐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도착을 해야 되는 장거리 여행이기에 아침 일찍 서둘러 일어났습니다. 창문을 통해 바라본 호숫가에는 밤새 기온이 많이 내려갔는지 자욱한 안개가 대지를 자욱하게 덥고 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서 그런지 곳곳의 동화 속 이야기의 멋진 건물들엔 굴뚝에서 장작에 불을 지피는 연기와 내음이 가득하여 어린 날의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아침이기도 합니다.
파이크스 픽(Pikes Peak)키스톤에서 서둘러 70번 하이웨이로 진입하였습니다. 해발12000피트에 위치한 존슨 메모리얼 터널을 지나 덴버를 향해 질주하고 있습니다. 콜로라도 산자락의 대도시 댄버를 지나간다는 호기심도 있지만 아마도 콜로라도의 대도시 중에서 가장 여유 있고 볼 것이 많다는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간다는 기대가 나를 들뜨게 하였습니다. 그곳에 가면 파이크스 픽(Pikes Peak), 신의 정원(Garden of The Gods), 세븐 폴스(Seven Falls), 공군사관학교, 온천 등 볼거리가 아주 다양한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70번 하이웨이에서 25번 하이웨이를 갈아타고 남쪽으로 한 시간 정도 드라이브를 하니 오른쪽 멀리 미 공군사관학교가 보입니다. 그리고 Exit 141번에서 24번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10분 정도 드라이브를 하다 보이 파이크스 픽 입구가 나옵니다. 여기저기에 Manitou Springs 광고안내판이 즐비한 걸 보니 이곳은 온천마을로 유명한 모양입니다.
파이크스 픽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기차역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 후지산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은 산이라고 합니다. 1806년 최초로 이 산을 발견한 파이크를 기념하여 이 이름이 붙여진 산입니다. 산의 높이가 해발 14110피트 (4233미터)인데 산정상 까지는 오르는 방법은 승용차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기차를 이용하여 파이크스 픽 정상에 오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드라이브를 즐기는 분들은 자동차를 이용해서 하이웨이(Pikes Peak Highway)를 19마일 정도 드라이브를 하여 정상에 오르는 코스를 권하고 싶습니다. 하늘을 찌르는 침엽수림을 배경 삼아 곳곳에 산재한 호수를 바라보며 누릴 수 있는 여유로움, 동쪽 멀리 바라보이는 미국의 대평원을 발아래 두어 세계를 한껏 품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의할 점은 너무나 험한 산악도로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SUV 차량을 이용하는 편이 좋을 듯 하며, 고산 지대를 꼬불 꼬불 운전하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코스이기도 합니다.
나의 묵은 올드 자동차로는 이곳을 오르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하여 파이크 픽 코그 레일웨이(Pikes Peak Cog Railway)라고 이름 붙여진 산악기차를 이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는 1891년부터 운행되고 있으며, Manitou Springs의 역에서 출발하여 Pikes Peak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열차인데, 거리는 8.9마일 정도이며 왕복 약 3시간 정도 소요되며 예약은 필수입니다.
한번에 250명이 탈 수 있는 2대의 기차차량이 톱니바퀴 식으로 되어 있는 레일을 따라 움직이게 되는데 계곡을 따라 조심스레 놓여진 레일을 가파르게 오르게 됩니다. 멀리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전경을 뒤로 하며 사지가 확 트인 툰트라 지대를 지나 창문에 비친 전경을 보노라면 세상의 모든 것이 내 시야에 들어옵니다. 14000피트가 넘은 산을 오르다 보면 고산병 증세로 머리가 아프고 계속 어지럽지만 가슴 속 깊이 다가오는 청정하늘의 싸늘함이 그 동안 묵었던 먼지를 말끔히 청소하는 듯 하다. 정상 주변에는 여태 간직하고 있는 겨우내 쌓인 빙설이 뜨거운 태양 빛에 반사된 환한 미소의 화답을 하고 있으며 이곳 저곳에 머리를 든 붉은 칼라의 이름 모를 바위들의 합장이 더욱 로키의 신비를 더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기차역이 있는 정상에는 조그만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만드는 도넛이 그렇게 유명하다던데 평소 도넛을 거의 먹지 않지만 오늘은 인터넷에서 프린트한 도넛 쿠폰을 들고 도넛을 6개 샀습니다. 고산지대에서 커피 한 잔과 같이 맛본 도넛의 맛은 여태 맛보지 못한 맛이 신비로움이라 할까? 고산증세에 지친 육체를 잠시 추스를 수 있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저물어가는 저녁놀의 신비함을 뒤로 한 채 동쪽하늘을 지붕삼다 펼쳐진 미국 대평원을 바라보니 방금 내린 헤이즐럿 커피 향을 음미하며 나오는 나의 깊은 곳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고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이 그곳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