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찬 Nov 05. 2022

‘카스 시닉 레일로드’의 가을 낭만 여행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감성에 담긴 이야기와 따스한 커피 한 잔이 그리운 계절, 가을이란 한적한 시간이 물드는 하늘가엔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화려하고 고운 계절의 풍성함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토록 오랜 시간을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그저 꿈만 같았던 지난 시간들의 귀환은 금세 내가 중년이 되어버린 시간을 깨닫게 되고 가을이 어디쯤 왔을까 하고 잠시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뒤돌아 보지만 온 길 모르듯 갈 길도 알 수 없다라는 상심에 잠시 코로나 바이러스를 원망해 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찾아온 아름다운 계절, 잠시 책상에 앉아 커피 한 잔에 음악이 흐르는 세상을 그리면서 창문 너머 정원 구석에 자라는 레드 메이플 트리(Red Maple Tree)의 변심을 품은 가을을 보고 있노라면 그리운 이들에게 잠시 안부의 편지나 한 장 보내고 싶은 소박한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단풍이 화려하게 물든 가을이 아름다운 웨스트 버지니아(West Virginia)

  나는 찬란한 햇살이 쏟아지는 여름이 있고, 특히 단풍이 화려하게 물든 가을이 아름다운 웨스트 버지니아(West Virginia)를 너무나 좋아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주이지만 가진 것이 없어도 순박한 사람들의 심성이 좋고, 미국의 컨츄리 가수 존 덴버의 유명한 노래인 'Take Me Home’에서 이곳을 ‘Almost heaven, West Virginia’ 노래할 만큼 천국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 너무나 한적하며 때묻지 않은 자연이 허락한 심장이 뛰는 아웃도어의 풍성함과, 애팔래치아 산맥(Appalachian Mountains)의 아름다운 풍경이 품고 있는 야생 그대로의 모습이 너무나 좋습니다. 

카스(Cass)에서 4842피트(1,475미터) 높이에 위치한 볼드 놉(Bald Knob)까지 운행하는 증기기관차

  그래서 저는 가을이 되면 이곳을 찾아가곤 합니다. 특히 오랜 된 증기 기관차를 이용하여 머농거힐라 국유림(Monongahela National Forest) 깊숙이 위치한 카스(Cass)에 머물며 카스에서 4842피트(1,475미터) 높이에 위치한 볼드 놉(Bald Knob)을 오가며 마치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는 것처럼 가을을 여행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입니다.

‘카스 시닉 레일로드 주립공원(Cass Scenic Railroad State Park)’의 카스 디포 (Cass Deport)


카스역에서 볼드 놉(Bald Knob)까지 운행하는 증기기관차가 출발합니다.

  테네시에서 시작하여 버지니아를 지나 미국,캐나다 국경까지 연결된 81번 하이웨이를 운전하다 보면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영감이 서려있는 ‘American Shakespeare Center's Blackfriars Playhouse’가 위치한 버지니아의 스톤턴(Staunton)을 만나게 됩니다. 이곳에서 250번 도로를 이용하여 북서쪽으로 1시간40분 정도를 운전을 하면 왼쪽으로 92번 도로를 만나게 되는데, 이 도로를 이용하여 15분 정도 운전을 하면 오른쪽으로 ‘카스 시닉 레일로드 주립공원(Cass Scenic Railroad State Park)’ 사인과 함께 카스로 들어가는 66번 도로를 만나게 됩니다. Deer Creek을 따라 이어지는 66번 도로를 따라 10분정도 운전을 하면 여러 동의 하얀 건물들이 보이고 그린브라이어 강(Greenbrier River)을 건너자 마자 오른쪽으로 열차가 출발하는 카스 디포 (Cass Deport)를 만나게 됩니다.

카스역 앞에는 레스토랑인 Bodkin Sisters가 운영하는 The Last Run Restaurant이 있습니다.

  인구 30여명 정도가 살아가는 조그만 타운인 카스는 1901 년 웨스트 버지니아 펄프 및 제지 회사(West Virginia Pulp and Paper Company)에 의해 생겼으며, 그곳에서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며 만들어진 타운입니다. 1960년대에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1963년에 주정부에서 벌목에 이용된 철도를 구입하여 그곳에 지금의 카스 시닉 레일로드 주립공원을 만들었으며, 복원된 증기기관차를 타고 대지를 가득 메운 웨스트 버지니아의 원시림을 지나며 과거와 똑같이 조성된 벌목 타운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끼며 기차여행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한적한 곳에 카스에 하나밖에 없는 레스토랑인 Bodkin Sisters가 운영하는 The Last Run Restaurant만이 사람들의 속삭임이 들릴뿐입니다.


카스역 하늘에 길게 우는 저 기적 소리를 울리며 여행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말 한마디 조차 그리운 카스에서 승차권 하나 손에 달랑 쥐고 내릴 수 없는 삶의 짧은 여행을 시작합니다

  세상의 모든 색을 품은 낙엽이 인간세상의 소음조차 삼켜버리고 말 한마디 조차 그리운 카스에서 승차권 하나 손에 달랑 쥐고 내릴 수 없는 삶의 짧은 여행을 시작합니다. 기차는 카스역을 출발하여 캄캄한 하늘에 길게 우는 저 기적 소리처럼 어디에서 오는지 아니면 어디로 가는지 혼미한모습으로 머농거힐라 국유림 숲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지그재그 철로를 오르며 정상을 향해 오르는 모습은 마치 인생의 모습과 같아보입니다.


삶의 절정을 향해 오르는 기관차의 모습은 때로는 힘드모습이지만 그곳에서 누리는 평온함은 이곳만이 우리에게 선사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증기 기관차의 우렁찬 굉음은 금세 때묻지 않은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립니다. 앞으로 가는가 싶더니 다시 뒷걸음 치며 지그재그로 산을 오르며 인생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그래 우리가 가끔 아니 아주 자주 뒷걸음 치는 것은 더 높은 곳을 향한 새로운 준비임이 분명할거야’하는 속마음을 위로해봅니다.

기차는 2시간을 달려 Bald Knob 정상에 이르렀습니다.


Bald Knob 정상에서 바라본 웨스트 버지니아의 가을 전경

  카스를 출발한 기차는 Bald Knob까지 왕복 4.5 시간, Whittaker까지 왕복 2 시간을 왕복하는 두개의 노선이 있습니다. 5월에 시작하여 10월 말까지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날에 출발하는데, 자세한 시간이나 요금은 웹 페이지(www.mountainrailwv.com)를 참고하면 됩니다. 10월의 가득한 단풍에 취해 지그재그로 조심스럽게 산을 오르고 있노라면 어느새 정상인 Bald Knob에 이르게 됩니다. 소리없이 뜨거운 불길로 찾아와서 오색 빛깔로 곱게 타오르는 웨스트 버지니아의 가을 정취에 모두를 넋을 잃고 있습니다. 형형색색 곱게 물든 가을의 이야기는 모든 세상의 시계를 멈추게 하고 모두가 시인이 되어버립니다.

지나온 길을 바라보며 ‘천국과도 같은 웨스트 버지니아(Almost heaven west Virginia)’에서 인생을 이야기 합니다.

  가을 향기의 싱그런 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날, Bald Knob 사방 천지엔 고운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고 대지의 향기를 그리는 많은 사람들이 그리움의 노래로 물기를 말린 단풍 낙엽 속에 한 줄 한 줄의 편지를 써가고 있습니다. 이토록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쓸 때면 찬란한 황혼의 향연을 발라놓은 미래를 이야기 하고 싶은 간절함과 소망이 존 덴버가 이야기한 ‘천국과도 같은 웨스트 버지니아(Almost heaven west Virginia)’에서 ‘시골이여 나를 고향으로 데려다주오(Country roads take me home)’ 라고 말하는 절절한 가사와 선율의 몸부림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더 사무치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Garner State Park에서 만난 텍사스의 가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