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L 페트병 6개짜리 묶음이 8개. 이 날씨에 저걸 끌고 배달을 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힘들만큼 그는 힘겹게 움직인다.
언젠가 그런 적이 있다. 밤 11시 50분. 문자가 왔다. "상품을 현관앞에 놓아두었습니다.OO택배". 아니, 무슨 이런 날씨에 이 시간까지 일을 하나... 냉장고에서 두유 하나를 꺼내들고 후다다닥 현관문으로 나가 보니, 물건이 없다.
'현관앞에 없는데요.'. '전산 오류입니다. 배송예정이며 내일 도착할 것입니다.'라는 답이 온다. 아침 7시, 출근을 하려고 문을 여니 이미 도착해 있다. 자고 일어나면 아침에 와 있을테니 미리 그런 문자를 보낸 것이었던가... 7시간도 채 못 자고 누군가는 아침부터 그 물건을 날랐을 것이다.
'경쟁력'과 '소비자의 권리'라는 미명 아래 우리는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착취하고 있는 건 아닐까.
뭔가 너무 서글퍼서 쇼핑 하나 하기도 면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