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제는 좀 알겠다.
어려서 공부 좀 잘한 걸로 한 평생 벌어먹고 사는 이의 편협함을, 내 이제는 좀 알겠다.
늙어감에 걸맞게 채우지 못해 부끄러움조차 망각한 이의 졸렬함을, 내 이제는 좀 알겠다.
부모 잘 만난 거 하나로 스스로 이루지도 못한 것에 기대어 사는 이의 오만함과,
가진 게 없음을 한탄하느라 스스로를 좀먹기에만 바쁜 이들의 비루함을, 내 이제는 알겠다.
'새로움'조차 고루하게 담아내는 주제에 ‘도전'이라 생각하는 이들의 자만과,
그저 같은 것만 되풀이 하며 살면서 ‘성실’이라 생각하는 이들의 안이함 또한, 내 이제는 좀 알겠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보다는 무엇 하나 책임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자들의 졸렬함과,
그러고도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자들, 끊임없는 합리화하는 자들의 비겁함을, 내 이제는 알겠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과 싸우는 것조차 부끄러워 하는이들의 결벽증이란 그저 유약함임을,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과 싸우느라 스스로 부끄러움을 잃은 자들의 도착증이란 그저 자기합리화임을
내 이제는 좀 알겠다.
현명함과 사람됨에는 나이가 없고,
졸렴함과 비겁함에도 나이가 없다는 것을,
해서 새로움과 낡은 것 사이에는 세월이 없다는 것을,
내 이제는 좀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