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는데, 다시 도졌다.
햇살에 눈이 부셔서 사람을 죽이는 세상 속에서, 일요일 저녁에 드러누웠다가 '아 내일 가서 그만둬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건 그리 부조리에 속하지도 않을 테다.
어떠다 보니 원래 하려던 프로젝트는 이미 다 산으로 갔고, 어쩌다 보니 4년을 꽉 채웠고, 어쩌다 보니 직장 생활은 한 지 20년이 되었고, 어쩌다 보니 팀장이랑 안 맞고, 어쩌다 보니 그냥 대충 살아도 먹고는 살아질 거 같고, 어쩌다 보니 날이 덥고, 어쩌다 보니 반바지를 입고 싶고....
아무튼 저런 '어쩌다 보니'를 20개는 넘게 더 쓸 수 있을 거 같아서...
다음 날 출근해서는 '이달까지만 하고 그만두겠습니다.'라고 해버렸다.
퇴사 전에 작년 원천징수영수증을 한 번 보고 나니, '내가 이 나이에 어디 가서 또 이만큼 받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저만큼 10년 정도 더 번다고 인생이 딱히 바뀔 것도 아닌 건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대충 연봉 1억 채웠으니, 나중에 뭘해도 이야기는 되겠지.기사 제목이 둘 중 뭐가 될지는 모르겠다.
1안 : 한때 연봉 1억 받던 40대男, 왜 서울역에서 밤을 지새나
2안 : 연봉 1억 박차고 나와, 어쩌고 저쩌고 0년만에 대박
언제부터인가, 사무실이 한강 공원의 화장실처럼 여겨졌다. 안 갈 수는 없으니 간다. 뭐, 나름 깨끗하고 에어컨도 나오고 나름 안락한데, 뭔가 구린 냄새가 난다. 알게모르게 조금씩 마음이 부패한다. 그런 마음들이 쌓여서 내가 된다고 생각하니, 뭔가 서글프다.
매일 나는 코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 나의 삶에서 두려움과 욕망을 빼면 무엇이 남을 것인가? 손가락만한 직선뿐이다. 묘비에 새겨질 태어난 날과 죽은 날 사이에 들어갈 5센티미터 정도의 선.
이러한 성찰은 에고에게는 우울한 일이지만 나에게는 자유를 가져오는 일이다.
<고요함의 지혜> 에크하르트 톨레
마지막 날 출근하고 나오는데 그런 기분이었다.
"당장 내일은 모르겠고, 그냥 일단은 씐나!"
뭐 그럼 된 거다.
나는 여전히 내가 커서 뭐가 될지 궁금하니까.
ただただ 生(い)きるのは 嫌(いや)だ
그냥그냥 살아가는 건 싫으니까.
P.S 그 동안 묵혀뒀던 브런치, 다시 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