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나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글의 주변을 맴돌아 왔다. 새벽에 일어나고, 회사에 오래 남아 있고, 공연을 보고, 책을 읽고, 사람을 관찰했다. 그 모든 시간은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하나의 방향을 향해 있었다. 쓰는 사람이 되는 일, 그리고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 말이다. 회사 생활의 긴장과 좌절, 웃음과 분노, 공연장에서 느낀 찰나의 감동, 이야기 속 인물들에게 던졌던 수많은 질문이 모여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하루에 10,000자를 쓴다는 것은 단순한 목표가 아니다. 그건 나를 세상과 연결해 두는 최소한의 약속에 가깝다. 쉽게 흐트러지고, 쉽게 무너지는 마음을 다시 중심으로 데려오는 일이다. 쓰는 동안 나는 내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생각을 대충 넘기지 않으며,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 애쓴다. 글쓰기는 나를 예민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단단하게 만든다. 균형 잡힌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 나를 점검하는 가장 솔직한 방법이 바로 글이다.
나는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는 작가는 아니다. 다만 내가 겪은 하루, 내가 느낀 마음, 내가 던졌던 질문을 숨기지 않고 적어 내려가고 싶다. 회사원으로서의 불안, 휴직 중인 가장의 책임감, 관객으로서의 설렘,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가치와 부족함까지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그렇게 쓰다 보면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누군가는 잠시 숨을 돌릴지도 모른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글은 세상을 단번에 바꾸지 않아도, 사람 하나의 하루를 조금 가볍게 만들 수 있으니까. 한층 가벼워진 마음들이 한데 모인다면 조금은 좋은 세상으로 가는데 내가, 내 글이 힘을 보태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도 10,000자를 쓴다.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 세상의 이야기를 다시 내 안으로 들이기 위해서다.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는 문장을 건넬 수 있다면, 그때 나는 비로소 작가라고 불릴 자격이 생길지도 모른다. 아직은 작가호소인이지만, 매일 쓰는 이 성실함만큼은 진짜다. 그리고 이 꾸준한 노력이 결국 나를,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을, 조금 더 건강하고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