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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Aug 21. 2023

자유롭게 떠나는 카라반 여행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 


"예순 생일을 맞이한 어머니는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딸은 어머니를 위한다고 생각하며, 그 나이에 뭘 배우냐며 그냥 편하게 쉬라고 말했다. 딸이 어머니 나이가 되어보니 예순이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느끼고 그 말을 한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딸은 65세에 정년퇴직을 하고 본인도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 캠핑카를 사서 남편과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나는 이 이야기가 굉장히 오래 기억에 남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가장 근본적인 물음에 우리는 행복하게, 라고 쉽게 결론을 내릴 것이다. 어떻게 행복하냐는 질문을 다시 해본다. 나에게는 자유 단어가 중요하다. 그러나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많고 참아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피할 수는 없는 생계 문제이기에 균형이 중요한 것 같다. 더이상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양보하는 것이 감당이 되지 않을 때는 당장 자유를 잡아야 한다. 자유로운 삶은 또 무엇일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 여유를 갖는 것, 쫓기지 않는 것, 수레바퀴 아래 깔리지 않는 것이다.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갖는 것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우리 부부도 공통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나는 그림과 책을 좋아해서 미술관, 박물관, 문학관에 자주 가는데 남편은 낚시를 좋아한다.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책을 들고 따라간 낚시터는 정말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캠핑을 시작했다. 지금처럼 캠핑이 유행하기 전부터 우리는 열심히 전국을 다녔다. 가끔 여자 지인들은 정말 재미있냐고 묻는다. 화장실 문제, 잠자리 문제가 걸리는가 보다. 나도 그 부분이 걱정이 되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고 무엇보다 자연 속에 있는 것이 좋았다. 밖에서 먹는 음식은 모두 맛있었고 낯선 곳의 호기심이라는 설레는 감정, 여행을 떠나기 전의 행복한 시간이 좋았다.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일 때부터 가지 않았던 캠핑의 욕구가 캠핑카라는 단어를 보고 샘솟았다. 그러나 너무나 미래를 위해 사는 현실파 남편은 아직 갚을 빚이 많다며 귓등으로 들었다. 이 얘기 저 얘기를 해도 소용없다가 그래도 구경이라도 가자고 했다. 견물생심. 남편이라고 왜 가고 싶지 않고, 사고 싶지 않겠는가. 약간 마음이 흔들릴 때 결정타를 날렸다. "여보, 어차피 우리 캠핑카 살거야. 근데 나이 50대일 때 다닐래? 아님 60대일 때 다닐래?"


잔나비의 노래 중 "나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지, 거긴 그 무엇도 없다는 것을. 그래 넌 두 눈으로 꼭 봐야만 알잖아. 기꺼이 함께 가주지" 가사가 있다. 캠핑카 여행을 떠난다고 갑자기 지유로워지고 행복이 물밀듯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끊임없이 물으며 살 것 같다. 그러나 같이 떠나는 여행 길에서 듣는 빗소리과 저녁 노을과 아침 풍경이 우리를 여유롭게 만들 것이다. 무엇보다 손잡고 기꺼이 같이 가는 사람이 있기에 모든 것은 가능하다. 남녀평등을 줄기차게 외치는 나, 사실 남편없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남편이 없다면 모두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비로소 보였다.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은 캠핑카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짊어져야 할 현실에서 벗어나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우리의 캠핑카 여행은 벌써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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