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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Aug 22. 2023

자유롭게 떠나는 카라반 여행

당장 실천해야 버킷 리스트


나의 어머니는 갑자기 돌아가셨다. 백세 시대라는데 일흔 다섯의 삶이라는 숫자는 자식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갑자기"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단지 우리는 "갑자기"를 생각하지 않고 살 뿐이다. 식구들은 나에게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안정이 정말 중요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또한 버킷리스트는 미래에 해야 할 리스크가 아닌 지금 당장 해야 하는 리스트라는 점도 일깨워주었다. 나의 시어머니는 현재 아흔살이시다. 고생을 많이 하셨고 평생 여유로운 삶을 살지는 않으셨다. 남편은 그런 모습에 특히 노후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며 열심히 미래를 위해 산다. 나와 남편은 서로의 부모님을 통해 삶의 가치관이 다르게 되었다.


좁혀지지 않던 이야기가 남편이 기꺼이 버킷리스트를 같이 실천하기로 매듭지어졌다. 마음을 먹자마자 반대하던 사람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남편은 캠핑카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을 백 개이상 보고 노트에 깨알같이 비교 분석하는 글을 쓰고 카라반으로 결정했다. 


캠핑카는 우선 차로 등록이 되어 차가 3대가 되어버려 내야 할 세금이 많아진다. 또 여행지에서 정착 후 쇼핑을 한다든지, 식당에 갈 때마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다. (그러나 자전거를 캠핑카에 넣고 다니면서 자전거로 이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카라반은 처음 구매할 때만 세금을 내고 차로 등록이 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카라반을 정착시키고 차를 분리한 후 차로 이동할 수 있는 점이 우리 여행 스타일과 맞는다. 또 카라반을 농막이나 세컨드 집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카라반을 직접 만드는 국내 공장형 기업들이 많이 있다. 우리는 남양주, 안성, 수원, 코엑스 전람회를 열심히 다니며 눈으로, 몸으로 비교 분석했다. 최소 네 명이 잘 수 있는 정도의 크기, 밖을 볼 수 있는 큰 창, ㄷ자형의 테이블, 쉽게 AS가 가능한 회사가 기준이었다. 당연히 적절한 가격은 기본. (카라반은 캠핑카만큼 비싸지 않다) 


나는 직장 생활을 오래 하지 않았다.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 두고 영어과외나 조금 했지 많은 돈을 벌지 못했다. 현재 7년 정도 되는 학원 일을 하면서 내 인생 처음으로 돈을 저축했고 카라반의 사분의 삼이나 되는 돈을 남편에게 내밀었다. 그때 남편의 동그라진 눈, 다물 줄 모르는 입을 아직도 기억한다. 알뜰 부부가 처음으로 거금을 털어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손을 덜덜 떨며 사는 카라반 구매 과정을 통해 서로의 성격, 공통점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또한 아이들을 위해 하는 일이 아닌 처음으로 오로지 우리 둘을 위해 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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