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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Aug 23. 2023

자유롭게 떠나는 카라반 여행

우리만의 여행룰

얼마냐는 질문, 진짜 많이 들었다. 캠핑카가 나오는 외국 영화를 보면 유산으로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럭셔리하다는 느낌보다는 클래식하고 심플한, 그러나 디자인이 예쁜 아기자기한 그런 캠핑카를 나도 가지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캠핑카를 가격으로만 생각하는 부분이 많다.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원하는 스타일로 캠핑카를 제조했을 것이다. 버스 또는 승합차를 개조해서 캠핑카로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든 캠핑카는 더욱 애정이 갈 것 같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 현실,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어쨌든 깐깐하고 꼼꼼하게 고른 우리의 카라반 언제 나오냐 매일 남편에게 물었다. 항상 떠나기 전 기대의 시간이 좋고, 목표에 달성하기 전의 초초한 시간이 좋다. 나는 이 시간이 오히려 실물을 만났을 때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두근두근 기다리는 시간들, 여행의 묘미이다. 그럼 벌써 행복해진 거네 , 잘 선택했어 라는 생각을 강박으로 했다. 왜냐하면 얼마냐고 묻는 사람들처럼 나도 캠핑카는 비싼 아주 비싼 취미생활이라는 오해를 가지고 있었기에 스스로를 합리화한 것이다. 소비를 많이 하는 삶을 살지 않으리라 마음 먹은 요즘에 나에겐 정말 통큰 소비였다. 그대신 더이상 물건을 사지는 않기로 했다. 캠핑을 다녀서 캠핑용 의자, 식기류는 모두 다 있다. 그대로 가지고 다니면서 넓디 넒은 세상의 마당에 놓고 쓰면 된다. 집에 쓰던 이불을 그대로 가지고 갔다가 가지고 오면 된다. 


또 우리만의 여행 룰도 필요했다. 첫째, 최대한 미니멀 생활 (쓰던 물건 그대로 활용하기) 둘째, 웬만하면 자연 속 노지 캠핑을 하기 (물과 전기 적게 쓰기) 셋째, 우리의 쓰레기는 물론 주변의 쓰레기도 줍기, 넷째, 환경 해치는 일 안하기 (아무리 귀찮아도 일회용 용품 안쓰기, 공회전 안하기) 다섯째, 음식에 집착 안하기. 이 부분은 서로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다. 나는 대강 먹고 책을 읽거나 멍 때리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남편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하고 요즘 요리에 자신이 붙었다.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며 같은 공간에 있을 수 밖에. 나보고 하라는 것도 아니고, 우선 알았다고 대답은 했다. 어쨌든 우리는 카라반 여행을 통해 더하기 말고 빼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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