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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Aug 29. 2023

자유롭게 떠나는 카라반 여행

다시 만만한 연천으로


이번 주말에 우리는 반려견 해치가 뛰어놀 수 있는 연천으로 캠핑을 가기로 했다. 점점 회차가 늘어날수록 준비 속도가 빨라진다. 토요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미술학원에 들렀다가 준비를 하려고 했다. 갑자기 남편이 전화를 했다. 대학원 땡땡이쳤으니 바로 떠나자고. 날씨가 너무 좋아 도저히 공부만 할 수 없다고 한다. 마트에 들러 장어 두 마리를 사고 양념이 되어 굽기만 하면 되는 주꾸미 볶음 한 팩을 사고 바로 연천으로 향했다. 띄엄띄엄 다섯 팀 정도 캠핑을 즐기고 있다. 의자와 식탁을 밖에 차리고 바로 저녁을 준비했다. 앗, 그런데 장어가 민물장어가 아니고 바닷장어이다. 경력 몇십 년 주부는 사실 이 둘을 구분 못한다. 그저 가격 대비 괜찮네 하고 집은 것이다. 남편은 잔소리를 한다. 정말 좀 비리고 고소한 맛이 덜했다. 그리고 다시 주꾸미를 굽는데 맛있는 냄새가 난다. 오, 이건 성공이다 싶었다. 헉, 주꾸미가 너무 짜다. 씻지도 않은 모양이다. 양념도 너무 단맛이 나지 않는다. 우리는 저번에 설탕은 상할 것 같아 집에 옮겨놨다. 단맛을 낼 만한 양념이 없다. 깻잎에 싸서 먹을 수밖에. 먹을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밥을 먹으며 남편은 우스운 이야기를 해줄까 하며 뜸을 들인다.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을 했는데 연봉이 너무 조금 올랐단다. 좀 심하긴 했다. 삼성이랑 너무 비교하지 말라고 해도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다. 벌써 고용을 불안해할 나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너무 불쌍하다. 30대, 40대 소처럼 열심히 일을 했는데 금방 50대에 고용 불안을 느껴야 하다니 이런 대우를 받으려고 청춘을 바친 것이 아닐 텐데 말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부부 싸움을 한 대부분은 남편이 너무 바빠서이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모든 것을 혼자 책임져야 하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회사에 목숨을 걸게 되어 있다.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을 알면서도 그런 현실이 화가 나서 나는 남편에게 짜증을 많이 냈다. 또 한편으로는 나도 육아로 힘들기도 하고 사회와 단절되어 있어 남편만 바라본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나는 아이들을 양육하는 동안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 보람을 많이 느낀다. 그리고 지금 어느 정도 자유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남자들은 보람을 느끼기는커녕 자꾸 위축되는 모양이다. 여전히 무언가를 또 열심히 해야 하고 자유를 얻지 못하고 있다.



나도 할 말이 있다고 운을 띄운다. 학원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강민이 언니를 만나고 나는 많이 심란했다. 건강이 최고라는 말은 인사만큼 쉽게 한다. 그러나 막상 건강을 많이 챙기지는 못한다. 삼시 세끼를 챙겨 먹지 않을 때도 많고 할 일이 생기면 운동은 나중으로 미루는 일이 태반이다. 나는 여기저기 아픈 몸을 챙기고 글을 더 많이 쓰고 싶다고 했다. 남편은 그동안 애썼으니 알겠다고 대답하지만 왠지 표정이 밝지 않다. 좀 전에 자신이 힘들다는 얘기를 했는데 타이밍 맞지 않게 도움이 되지 않는 소리를 한 건 사실이다. 내가 맞벌이하는 것이 남편에게는 든든할 것이다. 나의 마음도 오락가락한다. 교재를 다 만들고 겨우 2년 독립학원을 차렸으니 이제 그만두는 것이 아깝긴 하다. 조금만 더 일해서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상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일, 쉬워 보이기도 하는 일이다. 그런데 일도 하고 살림도 하고 글도 쓰는 것은 쉽지 않다. 뭔가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정신없이 하루가 간다. 이대로 돈만 벌다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언제 하나 싶다. 그런데 남편도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건데 가정을 위해 본인을 희생하고 있다. 나도 같이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은 안다. 누구는 남편에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지금껏 우리 식구 먹여 살렸으니 이제 좀 쉬라고, 앞으로는 내가 택시 운전을 해서라도 당신을 먹여 살리겠다고. 나는 솔직히 그렇게는 못하겠다. 우리 두 부부는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밤새 얘기를 해보았지만 역시 정답은 없다. 결론짓지 않는 되돌이표 대화이다. 누가 알까.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 어려운 문제를. 정답은 있기는 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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