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륵 작가는 독일에서 더 유명하다. 1999년 이미륵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 독일 뮌헨에서 열렸다.
황해도 해주 양반집에서 귀한 아들로 태어나 한학을 배운다. 경성의학 전문대학에 재학 중 3.1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생명이 위험해지자 어머니의 권유로 압록강을 건너 독일로 망명을 가게 된다. 그 곳에서 동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나 작가의 길로 나선다. 주로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쓴다. 그의 내면에 흐르고 있는 압록강, 민족의 향수와 혼을 서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10여 년간 집필한 '압록강은 흐른다'는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체의 간결성, 평온한 분위기, 전통의 아름다운 묘사, 동양인의 정서를 높이 평가받고 독일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린다. 뒤늦게 우리나라는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과 주독문화원에 그의 흉상을 세웠다.
무엇이 독일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김수영을 위하여' 책을 쓴 강신주는 김수영의 '단독성'이라는 말을 언급한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어떤 절대자에도 포섭되지 않고 단독적인 삶, 다른 누구와도 다른 오직 자신에 이르려는 노력이 단독성이다. 그 바탕에는 투철한 자기 이해가 필요하다. 책은 미륵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절반을 차지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누이와 사촌형, 이웃과 훈장 선생님, 조선인의 이야기로 빼곡하다. 이들의 서술은 단순한 향수 그 이상이다. 나의 정체성, 내 몸에 흐르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정확히 이해한 글은 독자들에게 아름다운 동양화를 보는 듯한 느낌과 동양의 전통 정서를 느끼게 해 주었을 것이다. 서구의 문명이라고 불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자신들 또한 객관적으로 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서구에서 시작한 제국주의가 일본에 의해 동양을 짓밟을 때 우리는 무엇을 잃었나, 또한 우리는 지금 잃어버린 우리의 아름다운 것을 지키려고 노력은 하고 있나 객관적으로 보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의 전통은 낡고 진부하고 다른 문화를 더 나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분, 비판의식 없이 경제적 발전을 위해서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부분이 정체성을 없앨 수 있는 무서운 어리석음을 느낀다. 우리의 문화만이 우수하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문화의 단독성과 개별성이 존재할 때 자연스러운 존중과 함께 보편적 문화로 갈 수 있는 것이다. 그 당시 조선에서 우리의 모습을 그린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작품을 통해 다시 우리의 소중함을 느낀다.
그의 묘비에는 "동양과 서양 사이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했다"라고 새겨져 있다.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간결한 문체로 아름답게 표현한 그의 글에서 동양인의 오랜 전통, 우리의 정신 세계가 담겨져 있다. 시를 짓는 여유와 음악을 즐기는 마음, 자연법칙과 영혼을 존중하는 것이다. 참 소중한 것인데 외국에서 바라본 타자를 통해 이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