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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Sep 07. 2023

자유롭게 떠나는 카라반 여행

드디어 간월재


어느덧 토요일에 떠난 여행의 일주일이 되었다. 이렇게 길게 해외도 아닌 국내를 여행하기는 처음이다. 제주도 한 달 살기는 숙소를 정해서 한 달 동안 있었지만 이번에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동해안을 쭉 내려왔다. 그동안 비가 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비가 온다. 영남 알프스를 가야 하는 날 비가 오다니, 날씨 앱을 보니 40% 비가 올 확률이라 하니 우선은 떠나보기로 했다. 가장 길이가 짧기도 하고 반려견 동반 가능한 곳 간월재로 갔다. 삶은 달걀에 커피만 마시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왔는데 여전히 비가 내린다. 보슬비라 우비를 입고 걸으니 덥지도 않고 오히려 더 좋은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해치이다. 한 번도 비를 맞으며 걸은 적이 없다. 해치는 우비도 없다. 아스팔트가 깔린 길이 나오다가 다시 자갈길이 나오고 비탈은 완만한 곳이다. 습도가 짙어 더욱 초록 향이 짙어지고 마치 어항 속을 걷는 물고기가 된 기분이다. 축축한 몸을 잠깐 나는 해가 조금 말려주고 초록 바람은 걸음을 도와준다. 차박차박 해치의 걸음소리가 들린다. 지쳤는지 안 가겠다고 버틴다. 번갈아 가며 해치를 안고 걸었다. 아이들 가마 태우듯 양팔에 앞다리와 뒷다리를 걸치듯 안는 것이 가장 힘이 덜 든다. 물을 가장 싫어하는 해치가 비를 맞으니 이게 뭔가 싶을 것이다. 몸이 자꾸 무거워지고 털어도 털어도 물기가 남아있으니 본인은 얼마나 싫겠나. 안아도 투정을 부린다. 드디어 시골개가 되었다. 아이들도 도시 아이, 강아지도 도시 강아지, 우리는 도시를 벗어나는 체험 중이다. 도시에서는 비를 맞지 않는다. 산성비라 호들갑을 떨고 미세먼지가 집에 들어올라 창문을 닫는다. 시골은 피할 방법이 없다. 그냥 맞다 보니 이상하게 산성비 생각은 나지 않는다. 오히려 천연 미스트라 생각하며 고마움이 든다. 기계를 만들 듯 인적 자원을 길러내는 도시, 획일적인 교육은 틀에 벗어난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든다. 남보다 다름은 두려움을 준다. 그렇게 교육받은 세대는 지금도 이렇게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고민하는 것 같다. 파수꾼이 될 수 없는 어른들도 불쌍하고 같은 시간을 통과하는 아이들도 안쓰럽다. 내 안의 이름 없는 답답함에 비를 맞으며 씻겨 나가게 했다. 비가 맞는 것이 뭐라고 수시로 몸을 털어내는 도시 강아지를 보며 느낀다. 더 자유롭게 생각해야 한다고. 내가 너무 해치를 강하게 키우나. 이제 해치는 몸을 떤다. 조금 걱정이 되었다. 멋진 안개에 사로잡힌 간월재 정상을 구경하고 억새가 있는 날 다시 오리라 결심하고 서둘러 내려왔다. 조금만 참아라. 거의 4시간 넘게 트래킹을 한 것 같다. 서둘러 차에 있는 수건과 티슈를 이용해 해치 몸을 닦아주고 난방을 틀고 앞 좌석에 앉혔다. 경주 시내로 가서 수건을 더 사서 계속 말려주니 몸을 더 이상 떨지는 않는다. 다시 말끔하게 된 도시 강아지는 숙면을 취한다.










맛집 순두부 집에 오랜만에 갔다. 아이들 어릴 적 부산에 살 때 자주 오던 곳이다. 아이들 친구 정현이네, 희수네, 창재네, 태현이네와 왔던 추억이 있는 곳이다. 아이들도 모두 대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또 부모들은 잘 있는지 궁금하다. 아. 세월이 진짜 빠르다. 보고 싶은 마음에 추억 놀이를 하고 핫플 황리단길도 구경을 했다. 예쁜 곳이라 관광객을 모여들게 하는 것도 좋지만 서울과 비슷한 거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자본주의의 팽창에 씁쓸한 마음도 든다. 경주는 문화재 구경이 더 좋다. 경주는 신라의 도시였다. 금성은 귀족들만 사는 곳이었으니 얼마나 지배층이 사치를 부렸는지 알 수 있다. 베르사유 궁전도 넓지만 경주만큼은 아니다. 이 도시가 모두 귀족만 살고 주변에 백성들이 살았다. 시도 때도 없이 절을 짓는다, 불상을 짓는다. 다리를 짓는다 부르니 아이들을 돌 볼 시간이 없어 아이들이 쇳물에 빠진 사연, 에밀레종의 설화가 생긴 것이라 최근의 역사학자들은 말한다. 역사를 공부하면 결국 지배층의 부패는 한 나라의 몰락을 부른다는 진리를 알게 된다. 아, 여기까지 와서 정치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 자체로 스트레스가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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