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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Dec 22. 2023

"페인트"를 읽고

아이들이 부모를 고른다면?

우리는 부모가 없는 아이를 고아라고 부른다. 부모가 죽었거나 부모가 버렸거나 둘 중 하나이다. <페인트> 책에서는 national children NC라고 부른다. 이름처럼 나라에서 관리하는 아이들이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자 국가 존속의 문제가 되어 아이들을 국가가 책임을 지고 기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이를 버린 부모에 대해 정당화를 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아이를 입양하면 혜택이 주어진다. 아동 수당과 연금의 혜택이 있다. 또 13살 이후의 아이들이라 양육도 쉬운 편이다. NC센터에는 가디가 있다. 그들은 아이들을 통제하고 건강관리뿐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도 시킨 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생긴 13살이 되면 부모를 고르게 한다. 가디들은 아이들을 철저히 관리하고 관찰하여 그 아이에 맞는 부모를 고른 후 1차 인터뷰, 2차 인터뷰, 3차 인터뷰, 한 달간의 합숙을 통해 부모를 만들어준다. 물론 단계별로 모두 아이가 선택해야 진행이 된다.  소설 속 상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일이라 너무 억지스럽다는 느낌은 없다. 부모가 아닌 아이가 선택한다는 발상도 참신하다. 좋은 부모란 무엇인가 계속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제누 301은 열아홉 살이다. 만약 올해까지 부모를 만나지 못하면 평생 NC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아이는 이득이 있는 상황에서 서로를 선택하는 것 자체가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겉으로는 완벽한 부모가  뜻밖의 모습을 보여 파양 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럼 고아가 아닌 사람들은 축복일까. 가디 센터장 박은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많은 상처를 받은 사람이다. 그래서 NC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를 만나게 해 주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워커홀릭으로 일한다. 또 입양하려고 찾아온 하나도 부모가 자신의 꿈인 외교관이 되라고 강요를 해서 상처를 받은 사람이다. 그래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부모를 선택하고 태어나지 않는다.


나는 왜 아이를 낳았나 아주 기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그냥 남들 다 결혼하면 아이를 낳으니까. 우리 둘을 닮은 아이를 낳아 잘 키워보고 싶으니까. 나는 아이를 좋아하니까. 그 정도인 것 같다. 내가 어떤 부모가 돼야지 라는 책임감 넘치는 생각은 안 했다.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평범하고 따뜻한 부모님을 만난 행운일까. 또 나 자신에 대해서도 자신이 있었나, 시력도 나쁘고 공부도 잘하지 않았고 고집스러운 면도 있는 나인데. 어쨌든 경제적인 요건 외에는 깊은 생각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얼마가 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래서 두려워서 아이를 못 낳는 사람도 많다. 우리는 아이 양육조차 경제적인 기준밖에 없었던 것이다. 금수저, 흙수저 부모 표현이 있듯이. 또 아이를 버린 사람들도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큰 변명일 것이다. 그러니 아이를 다시 경제적으로 독립을 시키는 일에 열중하여 공부를 많이 시키고 잘 안되면 걱정한다. 그 사이 내가 제대로 아이를 바라보았나 싶다.


우리는 누구나 부모에게 상처를 받는다. 내면의 아이는 그 기억을 평생 가지고 있다. 나도 아이들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을지 걱정이다. 아이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들 아이들이 숨길 수도 있다. 아, 내가 경제적인 기준, 세상이 다 정해준 기준 외에 다른 기준으로 좋은 부모가 되겠다고 마음먹지 않았던 점을 깨달았다. 나는 말 잘 듣는 아이로 키워졌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화가 나는 감정이 불쑥 올라올 때가 있다. 나는 스스로 만들어지는 것인가, 길들여지고 키워지는 것인가. 서로에게 잘 보이기 위한 관계는 마치 소설 속 NC와 인터뷰하는 부모와 같다. 좋은 부모만을 아이들이 선택한다. 좋은 아이만을 부모들은 좋아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는 좋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당연히 불안정하고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이다. 소설 속 상황이 끔찍하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족"과 관련된 책도 넘치고 가족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어하며 상담하는 프로그램도 넘치는가 보다. 아이에게 세상을 선물하고 같이 따뜻하게 세상을 살기 위해 가족을 만든 것이다. 조건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인정하기 기본 중에 기본이다.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고 천천히 알아가는 과정이 가족인데 우리는 쉽게 그 사실을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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