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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Dec 27. 2023

에드워드 호퍼

고독의 쓸모


1882년 뉴욕주 나이액에서 태어난 호퍼는 그림과 문학을 즐기며 성장한다. 뉴욕예술학교에서 로버트 헨라이의 수업을 들으며 예술가의 꿈을 이어간다. 학생 시절에는 얼굴과 상반신, 특히 손을 그리면서 예술적 표현과 기술적 숙련을 위한 노력을 했다. 허드슨강 인근의 나이액 고향 집은 문명과 자연의 대비라는 주체적 관심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된다. 나이액의 집을 떠올리며 작업한 <계단>에서 안과 밖을 경계 짓고 숲으로 시선을 유도한다.







1906년 뉴욕에서 삽화가로 일을 시작한 호퍼는 예술가의 꿈을 안고 파리로 향한다. 도시화가 되어가는 뉴욕과 달리 옛 모습을 간직한 파리에 매료되어 자연과 건축물, 사람들을 면밀히 관찰하며 시간을 보낸다. 밝은 톤, 빠른 붓 터치, 부드러운 빛을 담기 시작하고 사진 프레임 안에 담은 듯한 구도가 나타나 그만의 화풍이 구축된다.







생계를 위해 선택한 삽화이지만 예술가의 꿈을 놓지 않았던 그는 드로잉처럼 선을 강조하는 판화 기법 애칭을 시도한다. 그의 상징은 중절모와 애칭프레스이다. 뉴욕 도시를 밝히는 불빛, 텅 빈 거리, 실내의 인물이 주된 주제였고 빛과 그림자의 효과를 연구했다. 또 도시인의 삶을 관찰하여 담아내는 데 집중한다. 그가 즐겨 찾던 극장에서 무대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 인물의 뒷모습을 묘사한다.






1912년 뉴잉글랜드의 해안선을 따라 매사추세츠주 글로스터를 여행하고 야외작업을 시작한다. 이 시기의 작품은 바다와 대지 간 극명한 색조 대비, 반사된 빛과 그림자의 색채 대조, 대담한 구조, 역동성이 배가되는 특징이 드러난다. 1924년 조세핀을 만나 결혼을 한다. 조세핀의 영향으로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하는데 좋은 평가를 받고 판매로까지 이어진다.





호퍼 부부는 1925년 기차로 미국을 횡단하고 1927년 중고 자동차를 구입해 미국서부, 멕시코 등을 여행한다. 1934년 트루로에 스튜디오 겸 집을 마련한 뒤 부부는 뉴욕을 오가는 일상을 반복한다. 이 시기의 작품에는 호퍼의 자전적 경험이 내면화되어 현실과 환상, 자연과 인공물의 대비를 통해 원숙해진다. 그는 여행을 통해 시선을 환기하고 자연, 도시, 일상의 풍경을 자신만의 관점과 구도로 묘사하면서 독창적인 화풍을 개척했다.







호퍼는 한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그 작품의 작은 스케치를 장부에 그려 넣었고 조세핀은 과묵한 그를 대신하여 일화나 세부 사항들을 상상하면서 생생한 작품 설명을 추가했다.  













넓은 들에 혼자 있는 사람, 카페에서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는 무표정한 사람들, 군더더기가 없는 황량한 배경, 채도가 낮은 파란색 모두 고독을 표현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에드워드 호퍼 그림의 평에 반대하며 고독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혼자 있는 것이 편해 보인다는 느낌을 가진 사람도 있다. 호퍼는 자신이 말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더욱 그의 그림에 다양한 평가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는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지 않았다. 단지 그가 살고 있는 미국 시대를 담았고 거기에 그의 느낌이 들어있을 뿐이다. 산업화가 본격화가 되고 다리와 철도가 생기고 그는 그런 도시의 모습을 그렸다. 다만 좀 독특한 구도이다. 사람도 멀리서 창을 통해 안에 있는 사람을 몰래 훔쳐보듯이 그렸다. 반 고흐의 인물들은 모두 화가를 향한다. 화가가 본인을 그리고 있음을 아는 느낌이다. 호퍼가 인물들에게 허락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구도는 창을 통해서 보인다. 마치 지금의 카메라와 같다. 요즘 유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남의 사생활을 보여준다. 물론 카메라 설치를 허락받았다. 왜 대중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나와 비슷한 일상의 모습을 지켜보고 좋아할까. 심리학자들은 관음증이라 표현한다. 그런데 남의 사생활에 관심을 가진다고 다 관음증인가. 그럼 남의 사연이 담긴 이야기를 읽는 것도 관음증인가. 이 경우 우리는 호기심이라 표현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 카메라를 통해 보는 이미지는 좀 은밀하다는 느낌이 든다. 도시화가 되어 인구가 많아진 도시에 늘 사람들이 북적인다. 그래서 오히려 혼자 있고 싶은 것일까. 아님 인간적인 관계보다는 사무적인 관계에 지쳐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일까. 혼자 있음이 편해 보인다는 마음도 이해가 되고 결국 혼자는 외롭다는 마음도 이해가 된다. 어쨌든 호퍼는 그런 현대인의 마음을 잘 표현했고 시대를 앞선 대단한 화가이다. 고독을 재해석하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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