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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Jan 19. 2024

태국은 처음이야

베르사유 궁전 VS  태국의 왕궁

글은 나일 수밖에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 경험을 넘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의 상상 또한 나의 한계에서 나온 최대치이지 결코 나를 넘어선 무언가가 될 수 없다. 왜 이리 서론이 긴고 하니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 내가 느낀 점을 비교하려 하기 때문이다. 나는 불어불문학을 전공했다. 개그맨 서경석도 같은 전공이다. 그는 나를 대신해 말한다. 불어를 자신에게 묻지 말라고, 겨우 4년 공부하고 불어를 잘한다면 모든 사람들은 언어 천재라고. 나도 불어를 읽을 줄은 알아도 프랑스 여행에서 유창한 불어를 한 적이 없다. 나는 취업을 위해 불어를 전공한 것도 아니다. 그저 고등학교 제2 외국어 수업에 불어가 그냥 멋있다고 느꼈다. 아, 어리석은 허세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상하게 동경의 나라이다. 예술의 나라, 시민 혁명, 무언가 앞섰다는 느낌이 든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돈을 자랑하면 안 된다고 한다. 부르주아는 욕이라고 한다. 또  얼마나 많은 작가와 지식인, 예술인이 가득한가. 나는 그래서 프랑스 전공에 대한 자부심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루브르 박물관을 갔을 때 정말 우주에 온 느낌을 받았다. 네모난 책 속에 쭈그려져 있는 이미지는 그냥 텍스트이었다. 삼차원인 세상으로 나온 그곳, 그날의 날씨, 공기, 나와 함께 있는 가족들, 웅성거리는 소리, 언어 이 모든 것은 사차원의 세상이었다. 다른 나라에 서 있다는 것이 이렇게 과학적이라고?, 내가 죽은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했다. 그 이후 다른 경험은 다시 무던한 감각으로 변했다. 따라서 다음 날 일정인 베르사유 궁전은 루브르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칼같이 정돈된 정원의 나무들, 왠지 익숙한 문양, 영화에서 많은 본 유치한 드레스, 침대, 거울, 샹들리에는 아름답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그래도 압도적인 공간은 몸이 기억한다.


태국의 왕궁은 루브르만큼의 감동을 주었다. 여기 또한 조그만 A4가 담을 수 없는 것이었다. 글로도 담을 수 없는, 다시 눈으로, 귀로, 몸으로 봐야 알 수 있는 역사이며 태국 그 자체이다. 겨우 이렇게 사진을 찍었다고?, 여행 작가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어떤 사진을 찍든 다시 네모 안으로 들어가니 어쩔 수 없긴 하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가 이런 느낌일 거라는 상상도 해본다. 그래서 역사는 절대로 자본이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화려한 나라라니 감탄이 나온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로 만들었을 거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그래도 약간의 존경, 자부심, 성취감이 있지는 않았을까. 그 당시 가장 낮은 사람들에게도. 그래서 지금 이렇게 빛나고 있는 것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우리는 다시 만나고 또 기억한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신기한 경험이다. 이렇게 선한 인류가 왜 전쟁은 하나 알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를 높이기 위해 만든 저 높은 탑 속에, 건축물안에  태국의 겸손과 너그러운 미소와 불교의 여유가 느껴진다. 또한 통치자들도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했을 것이다. 지금의 태국이 불교와 그들의 유산을 잘 간직하고 있다.



나는 오늘은 베르사유보다 태국의 왕궁이 더 멋있다고, 더 좋다고 말하고 싶다.



"옛날에 살았던 귀신은 아름다워라

옛날에 움직이던 손은 아름다워라"- 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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