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청춘
작가 이디스 워튼은 1차 세계 대전 중 프랑스에서 피난민, 상이군이들을 돌보는 일을 해 레지옹도뇌 훈장까지 받는다. 1916년 프랑스 교외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 집필한 작품이다.
노스도머는 시골 마을이다. 상점도, 극장도, 강연장도 없는 다만 교회와 도서관이 있을 뿐이다. 채리티는 산에서 데려온 아이이다. 로열 변호사가 양부모이다. 로열 부인이 죽자 채리티는 로열 씨가 외로워 보여 기숙사 학교를 포기한다. 대신 도서관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졸랐다. 돈을 모아 마을을 떠날 계획이었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채리티는 낯선 이방인 루시어스 하니를 만난다. 그는 건축가로 옛집에 관심이 많다. 사촌인 해처드 부인 댁에 머물고 있다. 그가 통풍이 되지 않아 책들이 엉망인 상태임을 지적하여 채리티는 사서로써 직장을 잃을 뻔도 한다. 젊은 청춘 남녀가 만났으니 둘이 친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본인은 산에서 온 아이라는 사실도 당당하게 밝히고 산 아래의 옛집을 그에게 소개한다. 한편 로열 씨가 채리티에게 청혼을 하는 일이 생긴다. 채리티는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로열 씨는 채리티와 하니의 만남을 걱정하지만 채리티는 그의 간섭에 화를 낼 뿐이다.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둘은 마을에서 벗어나 기차를 타고 네틀턴역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불꽃놀이, 세련된 식당, 영화, 레이크 애비뉴는 채리티를 매혹시킨다. 그러나 로열 씨는 뒤쫓아와 채리티에게 망신을 준다. 비참한 마음이 들어 산으로 도망가려는 채리티를 하니가 달래고 고향 맞이 주간 행사로 바쁜 마을은 둘의 소문에 관심을 끈다. 하니가 채리티와 결혼할 마음이 없다며 로열 씨는 걱정을 한다. 채리티도 마음속으로 느끼는 불안이다. 둘은 여전히 아름다운 자연 속 폐가에서 밀회를 즐긴다.
" 그러나 첫 번째 정거장에서 손가방을 들고 기차에서 뛰어내려 언덕을 기어올랐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9월의 황금 같은 두 주 동안 하니는 아무도 자신을 알지 못하는 계곡의 외딴 농가에서 달걀과 우유를 사다가 알코올 램프로 요리를 해가며 그 집에서 야영을 했다. 날마다 해가 뜨면 일어나 그가 아는 갈색 연못에서 수영을 했고 집 위쪽의 향극한 솔송나무 숲에 누워 있곤 했다. 근처에는 안개 낀 푸른 골짜기가 끝없는 언덕 사이에 동서로 펼쳐져 있었는데 하니는 그 한참 위쪽 이글리지를 배회하면서 기나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채리티가 그를 만나러 왔다."
채리티는 하니가 애너벨 볼치와 약혼을 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채리티는 하니의 선택을 지지하는 편지를 보내고 임신한 사실을 숨기며 혼자 아기를 낳기로 결심한다. 아기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태어난 산으로 걸어간다. 리프 하이엇과 마일스 목사는 채리티의 어머니 죽음을 알린다. 가난하고 무법지대인 산속에서 아기를 키울 수 없음을 확인한 채리티는 다시 도시로 가는 중 로열 씨를 만난다. 하니와 데이트를 즐겼던 네틀턴에서 둘은 결혼을 하고 채리티는 하니에게 결혼한 사실을 알리는 편지를 보낸다.
전형적인 삼각관계이다. 한 사람은 젊고 열정적이고 매력적이다. 다른 사람은 점잖고 배려 깊고 안정적이다. 같은 나이의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정상적이라고까지 생각한다. 그런데 왜 다른 성격의 사람이 나타나면 갈등을 해야 할까. 환경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게 만들기도 하고, 뜨거운 사랑이 금방 식기도 한다. 채리티도 하니의 변심으로 사랑의 위기를 맞는다. 그런 그녀를 지켜줄 사람은 늘 곁에 있던 로열 씨이다. 읽는 끝까지 누구와 사랑이 이루어지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로 읽히지 않는 부분이 있다.
채리티의 캐릭터는 그 당시 큰 충격을 주었을 것 같다. 대부분 연애 소설에서 출생이 미천한 아름다운 여주인공은 왕자님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 여주인공들도 성격이 완벽한 이상적인 왕자님들과 결혼을 한다. 그러나 채리티는 스스로 일을 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 그 돈으로 집을 나겠다는 생각을 한 최초의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하니가 다른 여자와 약혼을 했을 때도 당신이 옳게 행동하길 바란다는 편지를 보낸다. 질투를 느끼거나, 복수를 하거나 매달리지 않는다. 21세기에도 쉽게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채리티는 자신이 주도한 사랑을 했기 때문이다. 잘 보이기 위해 출신을 속인 적도 없고 위축된 적도 없이 평등하다. 둘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아름답고 젊은 사랑을 나눴다. 산에서 데려온 아이라는 운명 앞에서 그녀는 자유로운 영혼답게 자신의 의지로 모든 선택을 한다. 사랑은 둘이 나누는 것만이 아니다. 사랑의 감정을 자연 속에서 온전히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시간을 보낸다.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솔직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감탄이 나온다. 로열 씨와의 결혼 또한 그녀의 선택이다. 성장 소설로 볼만큼 채리티의 정신적인 성장이 여름에서 가을로 이어지는 동안 이루어진다. 성장은 실패와 아픔 속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 하니를 만나지 않았다면, 직접 산에 가보지 않았다면 채리티는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1920년대 작가의 개방된 사고에 놀람을 금할 수 없다. 나의 닫힌 수많은 생각들이 부끄럽다고 느낄 정도이다. 작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지만 보편적인 진실을 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닫힌 생각으로는 글을 쓸 수 없다. 누군가의 불안을 치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교훈이나 이미 결정된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독자의 이야기로 끌고 가야 한다. 이디스 워튼이 한 문장마다 섬세한 노력을 하고 치밀한 전략으로 글을 이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여름과 같은 내 청춘의 감각적이고 본능적이었던 사랑은 진실했을까. 그때 나는 나에게 솔직했을까.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많은 선택 앞에서 용기를 낼 수 있었나. 푸르른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파묻히고 싶은 날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