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권력
록산 게이(Roxane Gay)는 아이티계 미국인이다. 12살에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성폭행을, 그리고 그의 친구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후 자신의 몸을 요새로 삼아 어마어마한 거구( 261kg)가 되기까지의 (현재도 진행 중이었던) 고통에 대해 쉽지 않은 고백을 한다.
아버지의 사업이 잘 돼서 흑인이지만 미국에서 보기 드문 중산층에 속한다. 자신의 고통을 숨긴 채 성실하고 착한 딸로 최선을 다해 명문 고등학교를 거쳐 명문 대학교에 입학을 하지만 록산은 갑자기 자취를 감춘다. 몰랐던 사실인데 아이티 사람들은 근면하고 식탐을 금지하고 최초 식민지 독립 국가라는 자부심이 있다. (1월 1일이 독립 기념일이다) 그래서 더더욱 부모들은 록산의 방황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며 기다린다. 록산은 자신을 버렸다. 무가치하다고 대접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철저하게 버린다. 끝없는 방황을 한다. 록산의 비만은 가족 문제이다. 왜 록산이 그러는지 물어보는 사람은 없고 살을 빼게 하는 행동에만 집중한다. 그러다 록산이 작가로 이름을 알리게 되고 가족들은 록산의 아픔을 알게 된다. 물론 몇 십 년 후의 일이다. 성폭행이라는 고통이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복잡하게, 무겁게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비만으로 산다는 것, 특히 여성이 비만으로 산다는 것 또한 얼마나 큰 고통인지도 보여준다. 여자로 보이고 싶지 않기 위해 찌운 살이 또 다른 고통과 차별을 준다. 두 가지의 고통 속에서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자신을, 그리고 고통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 가족의 사랑이 큰 힘이 되었다. 그러나 고통을 회복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외모가 경쟁력, 권력이 되는 세상이다. 날씬함은 부를 상징한다. 반대로 비만은 무능력, 가난, 게으름을 상징한다. 여자들이 얼마나 외모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스템에서 살고 있는지 느낀다. 비만과 더불어 노화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늙은 사람을 무시하고 현대식 기술을 이용해 노화를 막으려고 노력한다. 그 안의 심리는 무엇이며 무엇을 위해 젊음을 유지해야 하는가 본질적인 질문을 하지 않고 자본주의 시스템에 끌려 다녔다. 건강이라는 프레임에 속아 우리는 실재하지 않는 잔인한 욕망에 허기가 져있다. 우리의 정체성은 외모가 전부인 세상이다. 록슨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우리는 과연 사회적 시선에서 쉽게 용기를 내어 벗어날 수 있을까. 노브라조차 힘든 세상이다. 내 몸이 온전히 내 몸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든 감옥에서 나는 존재하듯 존재하지 않는다. 굉장히 용기 있는 글에 많은 부분 공감하며 마음 아팠다. 끔찍하게 적나라해서 오히려 부끄럽지 않고 통쾌한 자유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