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옥 씨는 일찍 잠에서 깼다. (밥통 불빛은 사람이 공복 시 자신의 식욕으로부터 느끼는 거리와 비슷한 자리에서, 가까운 듯 멀고 또렷한 양 어슴푸레 빛났다) 스트레스성 탈모로 휑한 머리를 감고 밥을 안쳤다. (기옥씨네 골목 어귀에서도 새벽의 귓볼을 퉁기고 가는 자전거 벨소리가 들려왔다) 기옥 씨는 오전에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쉬었다. 몸이 기억하는 추석을 제대로 보내고 싶었다. (이를테면 설에는 떡국이, 보름에는 나물이, 추석에는 송편이, 생일에는 미역국이, 동지에는 팥죽이 먹고 싶아는 식의, 그래야 장이 순해지고 비로소 몸도 새 계절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는. 어느 때는 너무 자명해 지나치게 되는 일들이 말이다.)
기옥 씨는 공항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이다. 오후 1시부터 9시 반까지 일한다. 기옥 씨에게 월급을 주는 곳은 용역 회사였다. 햅쌀과 찹쌀을 섞어 만든 밥을 먹지도 못하고 지각할까 뛰어야 했다. 공항 화장실에는 세계인이 볼일 보는 곳이다. 세면대 근처에서 아이가 토를 하고 있었다. 아이의 엄마는 어쩌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마카롱을 버리고 갔다. 기옥 씨는 모든 것이 깨끗하고 환한 공간에서 자신이 단 하나의 얼룩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항상 머릿수건과 모자를 쓰고 있다.
아들은 호주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었다. 영웅이는 남의 집 택배를 훔쳐 졸지에 전과자가 되었다. 장물로 팔 생각이었다고 한다. 상자 안에는 유축기가 들어 있었다. 쫓아오는 택배 기사를 보고 당황한 나머지 발로 차서 폭행이 붙어 실행을 받게 되었다. (어째서 이렇게 한 가족의 단란이 시시하게 망가지는가 이해할 수 없었다) 영웅이는 감옥에서 편지를 보냈다. '엄마, 사식 좀'이라고 단 한 개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기옥 씨는 퇴근하는 길 벤치에서 그 편지를 읽었다.
기옥 씨는 모자를 쓰는 걸 잊은 채 다시 공항으로 가 빵구 난 일을 내가 내일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파트장은 기옥 씨의 머리만 보고 놀란다.
<스카이콩콩>에서 사회적 약자를 지구의 자전 속도와 전봇대의 자전 속도의 차이 안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하루의 축>은 그때 표현한 시간 차이의 축인가. 사실 소설을 읽으면 하루의 축은 하루에 일어난 사건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 그래도 나는 <스카이콩콩>과 연결 지어 생각하고 싶다.
<하루의 축>은 공항 청소 노동부의 삶을 보여준다. 작가는 그녀의 삶을 많이 조사한 것 같다.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사실까지 알려준다. 무언가에 비유하지 않았다. 그래도 문장 하나하나 작가의 섬세한 작은 숨결에는 작은 비유들이 숨어있다. 너무나 현실적인 드라마 같은 장면, 웃음기 하나 없는 그녀의 얼굴에 몽글몽글 소설적 요소가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