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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Oct 18. 2024

<큐티클>을 읽고

우리들의 사소한 욕망들

나는 친구 결혼식에 가기 위해 조금 일찍 1시간 전에 집을 나섰다. 네일을 받기 위해서이다. 선배 언니의 하얗고 깨끗한 손을 본 이후 나는 손톱에 사로잡혀 있었다. 선배는 몰라보게 예뻐져 있었고 인정과 보상을 섭취하는 사람이 내뿜는 기운이 있었다. 전에 나는 네일을 받는 사람들을 보고 게으르고 조금 사치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손톱을 다듬는 직원은 자신을 보고 관리를 안 하는 게으른 사람이라 말한다. 총 열 번이 넘는 정성스러운 발림의 과정에서 나는 관리받고 보호받아 아주 조그마해지는 것 같고 바싹 오그라든 채 자고 싶다고 느꼈다.

9센티미터 높이 굽이 주는 긴장감은 도시의 탄력과 어울렸다. 서울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이런저런 곁눈질과 시행착오 끝에 고급스러운 취향을 알게 되었다. 장식이나 색상이 아닌 질감과 선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소비는 아주 조금 나은 물건에 대한 욕구로 진행되었다. 이를테면 스팀다리미, 유기농 생리대, 핸드 드립 커피 등으로. 나를 돌보는 느낌, 경제적인 행복은 스스로 합리화를 시키며 다시 눈높이를 낮추기가 힘들어졌다.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의 환경, 영양 상태, 심리적 안정감, 여가, 자신감이 어우러진 총체적 안색이었다. 친구들의 유행과 사회의 문법을 따라가면서 안도가 생기고 다음에는 욕심이 찾아왔다. 


네일을 받느라 명동 성당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 겨드랑이와 가슴에 땀이 찼다. 친구들은 더욱 세련되어 보였고 자신의 옷은 무난하고 답답할 정도로 평범해 보였다. 아무도 자신의 손톱을 봐주지 않았다. 결혼식은 너무 빨리 끝나 나는 N타워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 친구에게 여행 캐리어를 빌려 받고 다시 돌려주는 과정이 힘들었던 생각이 나서 카드를 발급하면 공짜로 준다는 캐리어를 받고 높은 구두로 남산 타워 계단을 오른다. 친구가 같이 태국 여행 가자고 한 말 때문에 캐리어를 산 것인지 묻는다. 친구는 이번에도 여행을 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의 손톱을 알아봐 준다. 벤치에서 둘은 맥주를 마신다. 캐리어 옆에 있는 자신들은 떠날 사람이 아니라 멀리 쫓겨난 사람처럼 느껴진다. 


젊은 도시 여성들이 느끼는 심리, 현대의 소비 패턴, 세속적인 욕망을 네일이라는 소재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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