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용대는 중국어 기초 회화를 연습한다. 손님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 택시에서 중국어 테이프를 들었다.
"제 자리는 어디입니까?" 아내는 어디, "짜이날"이 중요한 단어라고 알려주었다. 그 말이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줄 거라고 말했다.
용대는 어려서부터 홀대를 받았다. 집안에 꼭 한 명씩은 존재하는 천덕꾸러기였다. 어머니의 집을 날려먹고 용대는 고향을 떠나 서울로 왔다.
성북동 기사 식당에서 일하는 조선족 임명화의 친절에 용대는 홀딱 빠져버렸다. 명화의 동생은 골프장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눈에 세제가 들어가 눈이 멀었다. 동생이 남긴 빚을 그녀는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둘은 같이 살게 되었다. 용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용대는 명화를 많이 좋아했다.
명화는 위암으로 점점 쪼그라들었다. 아픈 줄 알고 자신과 결혼한 것인지, 자신을 이용한 것인지 용대는 화가 났다. 명화는 죽었다. 그녀가 남긴 중국어 테이프를 우연히 발견하고 듣는다.
"당신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안녕히 계세요
오늘 날씨가 참 좋군요
걱정하지 마세요"
용대는 그녀가 하는 중국말을 따라 하다 엉엉 울어버렸다. 그 말들은 철렁하고 알 수 없는 말들, 아름답고 어그러진 말들이다. 생각도 잘 안 나면서 잊을 수 없는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