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아니 에르노의 책을 처음으로 읽었다. 자전적 소설을 쓰기로 유명한 작가이다. 드니즈 르쉬르는 곧 작가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가 겪은 이야기에 대해 나는 여자 "데미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낙태를 경험했건 안 했건, 출산을 경험했건 안 했건, 여자들이 겪을 수 있는 보편적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옷장"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익숙한 가구이다. 어린 시절 옷장 앞에 놓인 거울 속에서 공주 놀이도, 엄마 아빠 놀이도 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그 옷장이 비어있다는 것은 "데미안"처럼 어린 나와 사춘기를 겪어 어른이 되는 나 사이의 간극이다. 드니즈에게는 문학이 옷장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녀는 어린 시절, 힘든 상황에서 문학이 곁에 있음을 느낀다.
"내게는 아직 문화가 남아 있다." 12쪽
"문학, 깜깜하고 모호하다" 13쪽
"그들에게, 모두에게, 문화, 내가 배웠던 모든 것에 구역질이 난다. 나는 사방에서 농락당했다." 15쪽
드니즈는 노동자에게 식료품을 파는 부모와 사립학교에서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무엇이 진짜인지 혼란스럽다. 가난하고 무식한 부모를 배신하기도 하다가 그들의 언어가 살아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들은 독립하려는 드니즈에게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드니즈는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되고 싶어 한다. 자신을 감추기 위해 공부를 하고 복수를 계획한다. 책을 읽고 또 읽는다. 이 장면에서 "완벽한 아이" 책이 떠올랐다.
"나를 매료시키는 그 단어들을 붙잡아 내게 두고 내 글 속에 넣고 싶다. 나는 그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 90쪽
"열다섯 살, 나는 그 어떤 때보다 더 르쉬르였지만 내 안에 숨겨진 우아함이, 정지된 춤의 리듬이, 삶을 살 준비가 된 소설 속 여자 주인공이 숨어 있음을 느낀다." 157쪽
"이제는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느끼며, 문학과 영어, 라틴어에 흠뻑 빠져 앞으로 나아간다." 198쪽
결혼은 부모로부터의 독립이다. 윤리적으로, 합법화된 독립 제도이다. 출가, 가출, 이성 교제, 동거는 비윤리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1940년에 태어난 작가의 시대에는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모든 갈등은 여자에게 주어진다. 낙태를 하는 사람은 결국 여자이기 때문이다. 드니즈는 폭력적이고 외설적인 단어가 가득한 부모님의 상점에서 자랐지만 한편으로 보호받았다. 드니즈는 부모처럼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지 다른 삶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고민한다. 모든 자식들이 느끼는 양가적인 감정이다. 그 섬세한 감정을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데미안"은 이성적이고 철학적인 문학이고 "빈 옷장"은 노골적이고 시적인 문학이라고 표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