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리추얼
이번 주까지는 많이 걷지 말라고 의사가 말한다. 가고 싶었던 음악 도서관(의정부)에 왔다. 눈도 내려 운전하기 꺼려졌지만 용기를 내길 잘했다. 역시 사람은 공간으로 인지한다. 홈페이지에 본, 사람들의 글에서 본 음악 도서관은 한 층 오를 때마다 나의 감각을 일깨운다. 10시 오픈인데 10시 30분에 피아노 연주( 화요일~ 금요일 오전 10시 30분~ 11시 30분, 화~일요일 오후 4시~ 5시, 목요일 제외)가 있다고 해서 얼른 3층으로 올라갔다. 그랜드 피아노 자동 연주였다. 바흐 음악이 흐른다. 오랜만에 현장에서 듣는 피아노 연주이다. 아무도 없다가 한두 명 사람들이 들어온다. 연주자가 없기는 하지만 작은 음악홀처럼 생긴 공간은 음악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3층에는 개인이 연습할 수 있는 피아노가 두 대나 있다. 그리고 LP판, CD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내가 어떤 노래를 좋아하더라, 넷플릭스나 멜론으로 바로바로 영화와 음악을 접할 수 있으니 희소성이 적게 느껴졌다. 어쩌면 음악에 문외한이라 무엇을 들어야 할지 모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추천된 CD 중 백희나 작가의 <장수탕 선녀님> 뮤지컬이 눈에 띄었다. 그림책은 읽어봤는데 뮤지컬은 보지 못했다. 재구성된 뮤지컬은 더 많은 상상력과 리듬으로 다른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알사탕> 뮤지컬도 더 듣고 1층으로 내려가서 그림책 코너에서 백희나 작가 그림책을 읽었다. 그림책은 교훈이 없다. 쓸모도 없다. 그냥 우리 모습 그 자체이다. 책은 이래야 한다, 감동을 주어야 하고 정보도 어느 정도 주어야 한다는 공식 노하우가 없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하는 그 자체를 그림책은 그림으로 보여준다. 백희나 작가는 자신만의 표현 기법이 있다. 인형을 만들어 사진을 찍어 장면을 연출한다. 그림은 텍스트와 다른 생명력이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무언가를 떠올릴 때 우리 머릿속에 있는 것을 우리는 그림으로 재확인하는 것은 아닐까. 이상하게 그림은 기억과 감정을 가둔다. 오래 시선이 머물게 만든다. 그러나 사실 내용이 중요하다.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는 그것, 그림책이든 소설책이든 시이든 그것이 필요하다. 스파가 아닌 동네 목욕탕에서 선녀 할머니를 만난 이야기, 알사탕을 먹고 소파와 강아지와 나무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는 참 특별하다. 상상이 유쾌하고 가슴이 짜릿하다. 2층에는 시집이 많이 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시를 읽는 것도 잘 어울린다. 악보도 볼 수 있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음악에 푹 빠질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다. <오늘도: 음악 리추얼 나에게 선물하는 시간> 책을 읽고 리추얼을 알게 되었다.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반복되는 작은 습관이다. 음악이 리추얼이 되는 순간들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순례길에서 들을 나만의 음악 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