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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6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소설을 쓰는 사람들

by 하루달

소설을 합평하는 모임을 2년째 참가하고 있다. 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 졸업 후 소설반 동아리에 들어갔다. 나보다 모두 기수 선배님이고 나이도 나보다 많다. 솔직히 말하면 멤버들이 나이가 많아 계속 모임을 할까 말까 처음에는 망설였다. 우선 공감대가 형성이 되지 않을 때도 있었고 선배님들이라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부분도 답답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라도 배운다는 자세로 매번 모임 때마다 참가했고 어느새 할 말을 하는 위치가 되었다. 처음 남의 작품을 합평할 때보다 나는 소설가의 마음을 이해하는 눈이 생긴 것이다. 비판적으로 합평을 하기보다는 왜 그런 이야기를 썼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면 모든 이야기는 이해가 된다. 복선도 보이고 주제도 보이고 감동적인, 마음 아픈 부분도 따라가게 된다. 타인이 합평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공부가 된다. 모두 스타일이 다르다. 문법적인 요소를 디테일하게 보는 사람도 있고 소설의 구성 요소나 갈등의 종류를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쓴 약이 몸에 좋다고 당장은 듣기 싫은 소리일지 몰라도 나중에 생각하면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우리는 합평을 하는가 보다.

합평 후 간단하게 술을 마시거나 차를 마시는 시간도 늘어나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정도 들었다. 등단을 목표로 열정을 불태우신 분이 지금 이집트에서 코이카 멤버로 봉사를 하고 있다. 작년에 90일 동안 배낭여행을 하고 온 분도 계신다. 또 미술대학원을 최근에 졸업한 분도 계시고 한국어교원 자격증 공부를 하는 분도 계신다. 올해는 ‘사소한 것’을 테마로 소설집을 내기로 했다. 나보다 나이가 많기 때문에 나오지 말까 생각한 부분이 부끄럽다. 모두 열정적이고 배울 부분이 많은 사람들이다. 어쩌면 그들을 보면서 내가 막연하게 산티아고 순례길에 용기를 냈는지도 모른다. 순례길에서도 편견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 마음을 버릴 것이다. 오늘 잘 다녀오라는 든든한 응원을 받았다. 잘 놀다 와서 소설을 꼭 쓰겠다고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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