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의 취지-
피고소인을 방임죄의 혐의로 고소합니다
고소사실
고소인은 현재 직업이 주부이자 OO 소속 자원봉사자이고 피고소인은 현재 직업이 주부이자 OO 소속 자원봉사자이며,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동일인인데, 피고소인은 2012년 7월 23일 아침 9시에 친모 이선남 씨의 심장이 아프다는 전화를 받고 그날 바로 병원에 모시고 가지 않아 2012년 7월 24일 새벽 1시에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생각하여 고소장을 제출하니 철저히 수사하여 엄벌에 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3년 9월 21일
위 고소인 김은영
○○ 경찰서장 귀하
향 냄새를 풍기는 글자들은 조금 소멸된 그 날의 현장을 또렷이 떠올리게 한다. 심장이 쪼여 오는 통증에 나는 아, 심장 언저리를 쥐어 본다. 작열하는 태양 속에서 느낀 한기는 온 몸으로 퍼져 손을 바들바들 떨게 하여 글자를 흐리게 한다. ‘수사, 엄벌’이라는 단어가 다시 보고 저녁으로 먹은 음식을 토해내고 침대에 누웠다. 온 몸이 타들어갈 것 같은 고열에 몸이 쑤신다. 다시 차디찬 쇠막대같은 한기가 몸을 훑고 지나간다. 고열과 한기가 오가는 시간 속에 천장이 빙빙 돈다. 몸에 힘이 쭉 빠지고 나의 영혼도 빠져 나가는 것 같다. 적막이 흐르는 집안에 헛구역질 소리가 여러 번 들린다. 흐릿한 새벽 빛줄기가 방을 비집고 들어왔다.
10년 동안 일한 아동센터 일을 정리할 즈음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본인이 본인을 고소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과 함께 증거 자료는 불충분하니 다시 취하하는 서류를 작성하라는 오만하고 건조한 말투가 공기 중에 퍼졌다. 그 날의 의사가 내뱉은 사망 선고와 서류에 사인하라는 말투와 같았다. 묵묵히 듣던 나는 문득 거울을 보았다. 소름끼치는 나의 얼굴이 겹쳐져 메스꺼움을 느꼈다. 그럼 증거 자료를 더 내면 되나요? 증인을 부를까요? 오기에 찬 목소리는 떨리는 메아리가 되었다. 그렇게 무의미한 실랑이를 하는 사이 어둑어둑해진 하늘이 울고 있었다. 우산을 가져가지 않은 은서, 은찬이가 생각나 급히 전화를 끊었다.
며칠 후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본인이 본인을 고소한 사람 맞느냐는 전과 똑같은 질문과 함께 고소인이 취하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피고소인은 다음 달 3일 오전 9시에 ○○ 경찰서로 와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무적이고 딱딱한 목소리가 흩어졌다. 확인했다는 짧은 답으로 통화를 마쳤다.
“은영아, 은영아, 은영아, 엄마 가슴이 너무 아파, 너무 너무, 죽을 것 같아, 은영아, 아,”
119 대원보다 먼저 도착한 엄마 집에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구토물에서 역한 냄새가 났다. 엄마는 방바닥에 쓰러져 가슴을 쥐어 잡고 나를 보자마자 더욱 옷을 찢어질 듯 잡았다. 시퍼런 입술, 땀으로 흠뻑 젖은 머리카락은 앙상한 얼굴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얼굴에 달라붙은 벌레 같은 이물질과 엄마 눈을 어루만지며 소리쳤다.
“엄마, 엄마, 정신 차려, 금방 병원에 갈 거야.”
“조금만 참아봐, 엄마, 엄마, 눈 떠봐, 엄마.”
“아, 어떡해, 어떡해, 아파서 어떡해, 어,어, 흐흐흑, 흐흑”
“여보, 여보 어떻게 좀 해봐. 여보.”
그 어떤 고통과 공포를 이런 얼굴로 담아낼 수 없을 것이다. 쪼그라든 작은 몸은 통증에 짓눌려 더 이상 엄마의 얼굴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의식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가슴이 쬐여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는 듯 마지막 힘을 다해 쥐어 있는 손으로 가슴을 할퀴고 나의 손을 잡지 못했다. 짐승 같은 신음 소리는 사지를 떨게 하고 집안에 있는 것을 다 삼킬 듯 퍼런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구급차에서도 똑같은 얼굴로 모든 고통을 혼자 감당하고 죽음의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으윽, 엄마, 엄마, 미안해. 미안해, 흐흑,”
“빨리 빨리요,,,,,,,” 이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나는 남편에게 경찰 조사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한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되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이고 아이들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도 세워야 했다.
“이게 뭐야?”
“본 그대로야”
“뭐라고?”
“..........”
“자기 자신을 고소한다고?”
“그냥 죗값을 받겠다는 거야.”
“은영아, 지금 힘든 거 알아. 근데 이런다고 돌아가신 장모님이 살아오시는 건 아니잖아? 당신 마음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지지 않는 상황을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려고 하는 거야.”
“달라지지 않는다고, 엄마가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면서 매일 매일 죄의 무게에 짓눌려 사는 나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힘든 거 알아, 은영아, 그렇지만 감옥에 간다고 마음이 편해지는 건 아니야.”
“아니,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마음 편해지자고 죄 값을 치르겠다는 것이 아니야, 정말 잘못했으니까 죄 값을 치르겠다는 거야. 그 다음은 몰라. 그러나 죽은 사람은 어쩔 수 없다면서, 살아있다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 없어.”
“그럼 나도 형님도 모두 감옥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같이 가자, 그럼.”
“그래, 같이 가자.”
“그걸 말이라고 해? 당신,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이었어? 그럼 아이들은 어떻게 해, 나는 또, 아이들에게 감옥에 간 엄마를 어떻게 설명해? 아이들의 상처, 미래는 어떻게 하냐고, 우리는 어떻게 하냐고?”
“당신도 이기적인 사람이야. 나는 아이들을 위해서 이러는 거야. 나는 아이들 얼굴도 제대로 볼 수가 없어. 나는 아이들을 위해 살았어. 늘 엄마보다 어린 아이들을 먼저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다 이기적인 생각이야. 휴, 아이들에게 떳떳한 엄마로 살기 위해 이러는 거라고. 나는 친엄마를 보살피지 않은 방관한 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당신이 왜 방관했어? 월요일에 병원에 가기로 약속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된 거잖아. 어쩔 수 없었다고.”
“아니야, 심장이 아프다고 하는데 월요일에 가자는 게 말이 돼? 그건 변명에 지나지 않아, 부끄러운 말 하지 마, 제발 나를 감싸려고 하지 마.”
“이 세상에 부모님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도 충분히 할 만 큼 했어. 그만 죄책감에서 벗어나라구, 하늘에 계신 장모님도 이런 모습을 원하지는 않을 거야.”
“난 그저 나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아,”
“은영아, 네 잘못이 아니야. ”
“병원에만 갔어도, 병원에만 일찍 모시고 갔어도 엄마는 살 수 있었다구.”
“...........”
남편은 바닥에 쓰러져 오열하는 나의 어깨를 두드린다. 아무 힘도 없이, 무기력하게.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