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오는 길은

소설 2화

by 하루달



고소장이 도착했다. 우편함에 꽂혀 있는 누런 봉투는 벌써부터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듯 발신인을 숨긴 채 반으로 접혀 수줍게 말려 있다. 시뻘건 도장이 눈에 띈다. 나는 침작하게 봉투를 꺼내지만 손의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또각또각 발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귀에 꽂힌다. 깃털만큼 가벼운 봉투 안에 담겨있는 무게는 벌써 어깨를 짓누른다. 심장이 요동친다. 벌써 며칠째 고장인 엘리베이터는 칙 소리를 내며 1층에서 문을 연다. 이웃은 가벼운 목인사와 함께 시선을 봉투에 담는다. 그러나 발신인이 있는 면은 나의 가슴에 부끄럽게 안겨 있다. 다시 어색한 미소와 함께 헤어진 이웃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21층에 도착한다. 순간 도어락 비밀 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미간을 찌푸린다. 숫자가 아닌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 맞아, 은서 생일. 100104를 누른다. 아이들은 아직 학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봉투를 화장대 맨 아래 서랍에 쑤셔 넣고 저녁 준비를 하기 위해 부엌으로 간다. 국이 익는 동안 전화를 건다.


" 집에 잘 도착하셨죠? 저녁 준비로 바쁘실 텐데 죄송해요. 급히 전할 말씀이 있어 서요. 죄송한데 저 일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아요. 일주일동안만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한 달이면 제가 좀 시간 내기 힘들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이유는 나중에 말씀 드릴게요."

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마루를 금세 가득 메운다. 급히 통화를 마친다. 저녁 식사, 목욕, 숙제 검사 빈틈없고 군더더기 없는 일상을 모두 마치고 혼자 봉투를 연다.


“ 은영아, 요즘 엄마 가슴이 아프다. ”

“ 저번처럼 또 아픈 거야?”

“ 응, 너무 아파서 수영도 못하고 나왔어.”

“ 그럼 많이 아픈 거네. 나랑 당장 만나. ”

“ 됐어. 너 바쁜데. 그리고 돈 많이 나올 것 같아.”

“ 뭐라고, 엄마, 진짜 이럴 거야? 저번처럼 잘못 되면 어떡하려고.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그 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또 그런다고. 엄마 정말 왜 그래. 돈이 중요해? 그 정도 돈은 나한테 있어. 저번처럼 잘못 되면 어쩌라고! 저번에...저번에 엄마가 어떻게 됐어?”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지지만 엉엉 우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가슴이 아파 심장이 쪼이는 것 같고 식은 땀이 흐르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다. 팔다리가 마비되어 쥐가 난다. 얼굴이 찌그러든다. 악 소리가 나지 않는다. “엄마”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꿈에서 깨어나 이제야 운다. 바다 깊이 잠수하여 참았던 숨을 한 번에 쉬듯 깊은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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