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며 꼬리를 흔드는 감자는 너무나 귀엽다. 얼른 손을 씻고 몸을 만져야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나 길다. 나에게는 세균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는지, 자신을 싫어한다고 느낄까봐 걱정된다. 기다려 훈련을 제일 먼저 해야겠다. 내 손이 더러워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정말 감자뿐일 것 같다. 엄마, 아빠도 내가 미울 때가 있을 것 같지만, 특히 성적이 떨어지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감자는 무조건 나를 좋아한다. 그 점이 나를 감동시킨다. 그리고 나도 같은 마음이다. 감자가 아무리 나쁜 행동을 해도 끝까지 좋아할 것이다. 감자가 병에 걸려도 아무리 병원비가 비싸게 들어도 꼭 끝까지 치료해서 낫게 할 것이다. 영어를 몰라도 외국인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처럼 감자는 한국말을 모르지만 나의 말을 알아듣는다. 나도 감자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 신기하게 눈과 꼬리가 달라진다. 공놀이 하고 싶은 눈, 화난 눈, 귀찮은 눈, 심심한 눈, 반가운 눈, 졸린 눈, 배고픈 눈, 나가고 싶은 눈 다 다르다. 무서워 겁먹은 꼬리, 너무나 신나서 흔드는 꼬리, 기분 나쁜 꼬리, 복종하는 꼬리, 친구하고 싶은 꼬리, 호기심이 생기는 꼬리 등 모두 다르다. 그리고 감자는 눈꼽쟁이다. 눈꼽이 많이 생기는데 닦아주는 것을 싫어한다. 자꾸 도망간다. 그래도 엄마가 하듯이 꼭 해야 할 일은 해줘야 한다. 감자는 귀가 덮혀 있어 귓병이 생길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자주 바람을 쐬야 하는데 덮혀 있는 귀를 어떻게 바람이 들어가게 할지 모르겠다. 감자는 이상하게도 귀를 만지는 것도 싫어한다. 감자 때문에 뱃살이 쏘옥 들어간 것 같다. 자주 산책을 나가서이다. 감자는 산책을 정말 정말 좋아한다.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땅 냄새만 맡으며 행복해 한다. 오지를 관찰하는 탐험가 같다. 감자가 좋아하는 것은 다 해주고 싶다. 감자는 나와 함께 자는 걸 좋아한다. 어떨 때는 머리 옆에서 자기도 하고 다리 사이에서 자기도 한다. 코에서 나오는 바람이 느껴진다. 너무나 귀엽다. 발가락을 간질이면 반응이 없다. 간지럽지 않은가 보다. 꼬리를 만지면 살짝 으르렁거린다. 무섭지 않지만 무섭다고 말하면 좋아한다. 입술은 까맣다. 내가 자기 공을 가져가서 진짜 화가 나서 앞니를 보여주는데 들쑥날쑥 완전 못생긴 이빨이다. 무서우라고 보여주는 앞니는 웃음이 나게 만든다. 감자는 그걸 모른다. 웃으면 어리둥절해한다. 금세 꼬리를 흔든다. 감자는 소리에 민감하다. 내가 못 듣는 소리를 듣고 알려준다. 무슨 일이지 감자덕분에 주위를 관찰하게 된다. 나도 감자처럼 귀가 밝아 모든 소리를 빨리 듣고 멀리서 나는 소리도 알고 싶다. 사료가 맛있을까 궁금해서 먹어봤다. 우엑, 아무 맛이 없다. 감자는 그래도 잘 먹는 것이 신기하다. 감자는 나를 완전히 믿고 발라당 누워 자신의 배를 보여준다. 사람 친구로 비유하자면 자신의 비밀이야기, 가장 창피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랑 같다. 갑자기 뛰어와서 내 얼굴을 핥는다. 기분이 좋다. 간지럽다고 소리치면 더 핥는다. 장난치는 줄 아는 모양이다. 꼬리로 감정을 표현한다. 진짜 기분이 좋은가 보다. 계속 꼬리를 흔들어 시원한 바람이 분다. 여름에 선풍기가 없어도 될 것 같다. 감자 옆에만 있으면 시원해진다. 근데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만 하라고 해도 졸졸 쫓아다니며 꼬리를 흔든다. 어, 엉덩이도 같이 흔들린다. 너무 귀엽다. 춤추는 것 같다. 자꾸 자기를 만지라고 옆으로 온다. 말랑말랑한 배를 만지면 따뜻하다. 감자랑 있으면 시간이 진짜 빨리 가고 저녁 시간이 무섭지 않다. 어느새 엄마, 아빠가 집에 오신다. 엄마, 아빠는 내가 말이 많아졌다고 하신다. 감자 이야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더 일찍 데리고 올 걸 그랬다. 감자는 나만 아는 상형문자이다. 사람들에게 알아낸 뜻을 설명해야 한다. 깜깜한 동굴에 들어가 횃불을 비치고 상형문자를 보는 것은 정말 짜릿하다. 감자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의 보물이자 동생이다.
-아빠는 왜 인간과 동물을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일단 외모가 다르고,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잖아. 우리는 말도 하고 생각도 하고 음..문명이라는 것도 있고 동물보다 월등하지, 그래서 다르다고 생각해
-다르다고 차별하면 돼요?
-내가 언제 차별했다고 그러냐, 이래봬도 아빠 동물애호가야.
-저번에 할머니랑 우리 감자랑 물에 빠지면 할머니 먼저 구한다고 했잖아요?
-야, 그건 당연하지. 할머니는 아빠를 나아주신 분이고 정성스럽게 키워주신 고마운 분이고 감자는 그냥....그냥 우리 식구잖아
-거봐요. 차별하잖아요.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감자도 우리 식구에요.
-아니...감자는 본능적으로 수영을 할 줄 알고 할머니는 수영을 못하셔. 그래서 아빠가 그렇게 말한거지
-그래도 아빠 말은 다 이상해요. 아까 문명 어쩌고 영장 어쩌고 하셨는데, 그럼 발달하지 못한 사람들은 차별받아도 되는 거에요? 예전에 흑인들이 노예 취급 받은 것도 정당해요?
-그건 다르지, 임마, 서양 놈들이 지들이 우월하다고 하는 건 근거가 없는 거구
-우리가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증거 있어요? 감자는 우리보다 냄새도 잘 맡고 귀도 우리보다 밝고 치타는 우리보다 빠르고 호랑이는 우리보다 힘이 세요
-우리 인간은 머리가 있잖아. 그 얘기지
-똑똑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럼 공부 못하면 차별받고 장애인도 차별 받아도 되는 거에요?
-그래. 그 말은 그럼 취소, 우리 인간은 감정이 풍부하잖아. 아주 미묘한 감정을 표현한 문학과 예술과 법을 보면 알잖아. 동물은 그걸 못하지
-감정은 저도 표현 못하거든요. 얼마나 아픈지 누가 말로 해요? 울지, 화가 나도 아빠는 말로 해요? 그냥 나가던지, 집어던지거나, 폭력을 쓰지. 그리고 저는 그림도 못 그리고 엄마는 노래를 잘 못 부르고 아빠는 아예 예술을 좋아하지도 않잖아요.
-야, 내가 언제 폭력을 썼다고 생사람 잡냐? 너 은근 집요하다. 그럼 반대로 내가 묻자. 너는 할머니랑 감자랑 누구를 구할 거냐?
-음...저는 많이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 동물을 구할 거에요. 그게 기준이에요. 할머니도 감자도 나에게는 모두 소중한 가족이에요.
-야, 너 할머니가 들으시면 섭섭하다고 하실텐데, 아빠가 이른다.
-제 말은 사람과 동물 모두 고통을 느낀다는 거에요. 치사해요,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