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둘
그는 오늘도 야근을 하고 무거운 몸으로 도어락을 누른다. 아내는 아직 잠을 청하지 못하고 두꺼운 시험지 같은 것을 보고 있다.
"아직 안 자고 있었어?"
"어, 오늘도 늦었네, 나? 어 아이들 글 첨삭 좀 하느라고"
그는 아들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열 살 동욱이는 부드러운 이불 속에서 잠들어 있다. 아이 곁으로 가서 얼굴을 바라본다.
"숙제하다 이제 막 잠들었어. 조심히 나와"
"그래"
"밥은 먹었지?"
"그럼, 지금이 몇 신데. 아, 근데 좀 출출하네, 아니 술이 좀 땡기네, 남은 맥주나 와인 있나?"
"휴, 오늘 나도 좀 힘든 하루였는데, 우리 술 한 잔씩 할까?
"왜? 당신은 무슨 일이야?"
"뭐, 똑같지, 늘 학부모들에게 휘둘리는 거, 글쓰기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학원 몇 번 다니고 글 잘 쓰면 누구나 작가하지?"
"왜 그래, 그건 오버다. 논술 시험이 얼마 안 남았어. 다들 날카로울 때지"
"공부보다는 엄마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동물들에게도 엄마가 절대적인데, 사람은 말할 것도 없지. 쯧쯧"
그는 맥주 한 캔을 벌컥벌컥 마신다. 한숨 같은 거품은 더욱 김빠진 소리를 내며 사라진다. 그는 오늘 실험실의 원숭이가 생각이 나자 이가 시리다. 배도 쿡쿡 찔리는 것 같다. 내장이 꼬이는 것 같은 복통이 온다. 울부짖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실험은 잘 되고 있어?"
"어, 어, 그럭저럭, 우리가 예상한 대로지 뭐"
"그 실험이 당신의 이력에 엄청 중요하다며, 예상대로면 좋은 거야?"
"어어, 그나저나 엄마라는 존재는 참 대단해. 아니 새끼들의 집착이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그는 작년에 원숭이 실험에 참여하였다. 강한 진동을 일으키는 가짜 엄마 원숭이를 만들어 새끼 원숭이들이 얼마나 달라붙는지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진동은 이빨과 머리가 지끈 아프도록 흔들리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새끼 원숭이들이 조금 겁을 내는 듯했지만 횟수가 지날수록 악착같이 달라붙는 모습을 보였다. 강도를 더욱 높여도 똑같은 사실이 확인되어 보고서를 작성하고 마무리했다. 그는 하루 100번 넘게 진동을 내야 했다. 기록하고 진동을 올리고 기록하고 진동을 올리고. 그의 박사과정을 마치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실험이었다. 너무나 예상대로 진행되는 보고서는 조금 시시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올해는 심리학 쪽에서도 관심을 보여 더욱 세간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게 되었다. 올해는 가짜 원숭이 엄마를 복부면 전체에 날카로운 송곳 못이 튀어나오도록 제작하였다. 그래도 안길 것이라는 예상과 횟수가 진행되면 줄어들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아직까지는 새끼 원숭이들은 자신의 몸이 찔려도 어미 품에 안긴다. 저러다 죽을까 걱정이 되지만 상처를 치료하는 것은 변수로 적용돼 실험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자꾸 악몽을 꾸는 날이 많다. 동욱이를 바라보고 껴안는 횟수도 잦아진다. 부쩍 고기를 먹으면 토하게 된다. 아니 고기를 보기만 해도 역겨워 식사가 힘들어진다.
"요즘 모성애라는 주제가 화두인 것 같은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그건 남자들이 만든 환상 아닐까? 모든 여자들이 모성애가 있지 않아. 은근 강요하는 거 아니야?"
"그럼 모성애를 원하는 자식이 비정상이 이라는 거야? 너무나 연약해서 엄마가 필요한 건 당연한 거 아니야?"
"그럼 왜 모성애만 가지고 그래? 아빠들도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잖아"
"그렇긴 하지, 그럼 아이들이 너무 약한 건가, 어른이 되어도 어렸을 때 받은 상처로 우는 사람도 있고 못 벗어나는 사람들도 있잖아. 내면아이라고 하지. 아. 근데 동물도 그런다는 게 신기해. 아니 동물이 더 대단한 것 같아. 자기가 아파도 끈질기게 엄마 품에 안기려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해"
"왜, 어떤 실험인데?"
"됐어. 실험 얘기는 집에서 하고 싶지 않아" 그는 서둘러 잔을 비우고 샤워를 한다며 화장실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