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넷
마을 어르신들은 대절한 관광 버스를 타고 한나절만에 서울 경동시장에 내렸다. 요즘은 시골에서 쉽게 개고기를 먹을 수 없다. 자기가 개를 몽둥이로 두들겨 패서 잡지 않는 이상 그 흔하디 흔한 개장수도 안보이고 사철탕 간판을 단 가게도 보이지 않는다. 개고기조차 공장식 축산 대량 생산 방식을 취하고 있어 모두 서울과 수도권으로 모여든다고 한다. 마을 회장은 이참에 서울도 구경하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잘 됐다고 너스레를 떤다. 박 할아버지도 서울 온 김에 딸내미네 들릴 생각에 들떠 있다. 어릴 적 읍에서 제일 공부를 잘하는 아이였는데 없는 살림에 뒷바라지를 못해 늘 아프고 미안한 손가락인 딸은 악바리 기질도 있고 욕심도 많아 서울에서 아파트도 사고 자리를 잡고 살아 박 영감은 여간 자랑스러운 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개고기 먹으러 왔다는 말은 안했다. 딸은 아버지에게 보신탕을 먹지 말라고 늘 잔소리를 한다. 요즘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흔한 고기가 되어 단백질 보충은 풍족하게 할 수 있는데 무슨 개고기냐고, 또 불법이라 위생적이지 않다고. 뉴스에서 개공장 실태를 보도했는데 썩어빠진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고 탈날까봐 항생제 잔뜩 타서 먹이고 비위생적인 곳에서 개들을 키운다고. 개는 식용음식이 아니니까 원산지 표시는 물론이고 유통기간도 없고 모두 현금으로 결제를 하니까 탈나면 손해배상도 못한다고 절대 못 먹게 한다. 하지만 박 할아버지는 뭐니 뭐니해도 한 해 한 두 번은 꼭 개고기를 먹어야 몸에 힘이 난다. 개고기는 일 년에 두 번 밖에 없는 명절 말고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단백질 덩어리였고, 마을 오래된 느티나무 밑에서, 도랑 옆에서 삼삼오오 모인 어른들의 은밀하고도 호사로운 축제였다. 무슨 고기인지도 모르고 맛있다며 아버지가 건네는 살덩어리 한 점을 넙죽넙죽 받아 된장에 꾸욱 찍어서 먹는 맛도 감칠맛을 더했다. 아무래도 어릴 적 추억이 깃든 입맛이려니 싶지만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바로는 동의보감에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하고 양기를 일으킨다고 적혀 있다니 우리 몸에 맞는 고기니 어쩌니 하는 말이 맞는가 보다고 굳게 믿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큰 시장에 와보니 딸내미의 걱정과는 달리 완전 딴 세상이다. 살아있는 개들이 수십 마리 전시되어 있고 주문을 하면 그 자리에서 도살해서 몇 근으로 파는 것이었다. 대여섯 근을 사면 바로 옆의 식당에서 걸쭉한 탕을 끓여내니 남정네 너다섯이 소주 한잔 하기 딱 좋은 음식이었다. 알싸하게 취기도 돌고 오랜만에 서울 공기도 쏘고 박영감은 기분이 좋았다. 저녁에 화장실을 여러 번 왔다 갔다 한 일만 빼면 최근 들어 가장 배부른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