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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Feb 19. 2022

검사받지 않아도 되는 독서감상문

한윤섭의 "해리엇"을 읽고







원숭이 찰리는 숲에서 잘 지내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사람들에 의해 잡혔다. 엄마 원숭이는 마취총에 맞아 쓰러졌고 찰리는 테드라는 아이가 키우고 싶다고 데려간다. 테드 부모는 동물원을 운영한다. 어느 날 테드는 찰리를 동물원에 데리고 간다. 스미스라는 개코원숭이는 사람과 함께 사는 찰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일 년 후 테드는 먼 곳에 있는 학교에 다니게 되어 더이상 찰리와 함께 지낼 수 없게 되어 찰리는 동물원에 가게 된다. 개코원숭이 무리가 있는 맞은 편 우리에 갇힌 찰리에게 스미스와 무리는 밤마다 바나나 껍질과 돌을 던지며 괴롭힌다. 사람과 살았으니까 동물을 배신했다는 것이 괴롭히는 이유이다. 그러다 찰리가 사람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스미스는 문을 열라는 협박을 하며 공격한다. 찰리는 외로움과 절망, 공포를 느낀다. 이 때 해리엇이라는 거북이 나타나 밤마다 찰리를 보호한다. 우리는 모두 친구이고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 해리엇이 맘에 들지 않은 스미스는 돌을 던져 상처를 낸다. 사육사는 밤마다 찰리 우리 앞에서 잠든 해리엇과 그의 상처를 보고 뭔가의 신호를 느끼고 찰리를 해리엇 우리로 데리고 온다. 어느 날 한밤중에 비명 소리가 들린다. 스미스의 아기가 사람이 준 사탕이 목에 걸려 숨을 쉬지 못하게 된 것이다. 찰리는 생명을 보는 눈을 가진 너구리 올드에게 아기 원숭이를 살릴 수 있는지 묻는다. 둘은 용기를 내어 스미스 우리에 들어가 아기의 목숨을 구한다. 난폭한 스미스는 일이 끝난 뒤 열쇠를 뺏을 수도 있는데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한다. 해리엇은 찰리를 칭찬한다. " 당신이 가르쳐 준 거예요" 찰리는 말한다.


백칠십오년을 산 해리엇에게 남은 시간은 하루뿐이다. 찰리에게 부탁한다. 마지막으로 동물원 모든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싶다고. 찰리는 열쇠로 모든 우리의 문을 열어준다. 동물들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눈 해리엇은 자신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준다. "갈라파고스 섬에 어느 날 사람들이 왔다. 그들은 동물들을 비글호에 태우고 항해를 했다. 다윈은 늘 핀치새를 이리저리 관찰하며 그림과 글을 썼다. 거북은 사람들의 먹이로 썼다. 늙은 거북들은 스스로 앞장 서 사람들의 먹이가 되고 마지막 남은 어린 해리엇에게 살아남아 섬으로 가서 사람들에 대해 동물들에게 알리라고 말했다. 땅에 도착한 해리엇은 다윈과 잠깐 지내다가 다시 이 곳 동물원에 오게 되었다." 해리엇은 그들 덕분에 자신의 목숨이 산 것이니까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고 바다가 자신을 갈라파고스로 데려다 줄거라고 믿고 있었다. 찰리는 그의 믿음을 행동으로 옮긴다. 찰리는 바다로 가는 길을 안내하고 스미스는 해리엇을 끌고 올드는 마지막 남은 그의 생명을 지켜주며 바다로 간다. 모래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해리엇은 갈라파고스의 모든 기억이 되살아난다. 해리엇은 바다에 몸을 맡긴다. 찰리는 자신의 목숨을 살려주고 다른 친구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쓸 수 있는 용기를 가르쳐준 해리엇을 위해 바다를 선물할 수 있어 기쁘다.







이 책을 읽고 떠오르는 사람은 송해 선생님이었다. "전국 노래자랑"을 34년간 진행해 온 그의 노력과 철저한 관리, 이력, 성실성에 뜨거운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또 그가 90대임에도 불구하고 진행을 하게 도와준 방송국과 사회에도 감사를 표한다. 모두 일을 하고 싶어하나 나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하고 또는 다른 이유로 일을 그만두게 되는데 두 마음이 잘 맞아 하나의 작품, 삶의 숭고한 모습을 완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모든 세대에게 추억을 선사한다. 프로그램을 같이 본 식구들, 이제는 곁에 없는 가족들은 그를 통해 상기되고 살아난다. 어려운 시기 웃음을 준 그는 늘 곁에 있는 든든한 역사이다. 또 그에게 헌정 방송을 바치는 프로그램을 보고 송해 선생님은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과 그가 살아온 인생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새삼 부러움과 우리 사회의 밝은 가능성을 보았다.


"아무튼 메모" 책을 읽고 알게 된 이학래 선생님의 결은 조금 다르다. 1942년 전쟁 포로 30만 명을 감시하는 일본군 소속 포로 감시원이 된 조선인 이학래씨는 콜레라, 말라리아, 이질에 걸린 환자들까지 끌어내 억지로 일을 시키도록 닦달당했다. 그는 죽지 않기 위해 근무를 한 것이지 천황에게 충성한 것은 아니다. 1945년 일본은 항복하고 포로수용소장들은 일본군의 정당한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고 포로 학대는 조선인, 대만인들이 한 짓이라는 보고를 한다. 1945년 동경에서 전범들 재판이 열린다. 미국은 전쟁 책임의 핵심인 천황을 냉전 시대를 앞두고 반공 이데올로기로 이용하기 위해 살려둔다. 천황은 처벌받지 않고 왜 자신이 기소당했는지조차 모르는 포로 감시원들은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학래 선생님은 사형 선고후 1947년 징역 20년으로 감형되고 1956년 석방된다. 이제 95살이 된 그는 75년동안 일본 정부에게 왜 인간을 아무렇게나 대하느냐고 끊임없이 물었다. 사형당한 조선인 스물세 명의 명단을 주머니에 늘 고이 간직하고 있다. " 당신이 살아남는다면 나 임영준은 그렇게 나쁜 놈이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마지막 말을 들은 그는 아직도 희망을 놓지 않고 호소문, 탄원서를 쓴다. 그의 메모는 이렇게 작가의 메모로 이어졌다. 이제 생존자들이 거의 없는 역사를 우리가 기억하고 그들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송해 선생님에게 헌정의 드라마를 선사했듯이 그들에게도 감사의 선물을 주어야 한다.


무엇이 우리를 살게 하는가, 살지 못할 것 같은 절망 속에서도 무엇이 우리를 살게 하는가. 자신들의 서식지를 잃은 동물들도 서로를 위해 싸우지 않는 법을 터득하고 후손의 생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행동하는 어른을 보고 후손들은 희망을 놓지 않고 생명을 이어간다. 해리엇은 섬에 다시 가서 이야기를 전하라는 그들의 부탁을 지키기 위해 살았다. 그의 몸은 메모이고 그의 행동은 지혜였다. 자연스레 찰리는 해리엇을 닮아가고 배우고 고마워한다.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자신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는 두 선생님의 삶은 감동 그 자체이다. 우리 후손들은 훌륭한 선배들을 보고 지혜를 얻는다. 후손들이 할 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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