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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chid Mar 06. 2016

불편한 자리





술을 마시는 일은 언제부턴가 술에 취하는 일이 아니라 술과 싸우는 일이 되고 말았다.

한 걸음의 거리 때문에 내 속으로 끝없이 파고 들어가고 만다든가,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보이지 않는 것을 진짜라 믿고 달려든다거나 하는 버릇이 부끄러웠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술에 취했던 건 작년 봄이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 사람들 속에서 취해 버리는 일은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보다 훨씬 편했다. 가시방석 같은 그 자리에서 떠날 수 있는 길은 취하는 방법뿐이었으니까. 이것만 끝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야지, 하는 결심을 마음속으로 수없이 반복했다.

혜림씨는 어쩐지 이 수업이 끝나고 나면 잠수탈 것 같아요. 그러면 정말 서운할 거야, 라는 말을 뱉는 입술과 취기로 격앙되어 눈물까지 글썽대는 눈동자들 앞에서 웃는 낯을 하며 절대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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