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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chid Mar 06. 2016

구원

                                                                         

minolta x-300, 제주 산지천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살고 싶다가도, 나는 어떤 아이도 돌보고 싶지 않아. 우리가 떨어질 때 잡아줄 누군가가 필요하다지만, 나는 아무도 잡아주고 싶지 않아. 스스로가 짐짝처럼 여겨질 때마다 이 말을 되새기며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게 된다.


나는 사람의 심연에 빠져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설픈 위로나 건네 보려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음과 정신을 다해 어두운 부분을 느껴 보고 싶었다. 스쳐 지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심연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거나, 공작의 깃처럼 꾸며내거나, 스스로 극복해버린 지 오래였다. 결국 실현 불가능한 망상으로 마무리 짓고 체념해 버렸다. 심연에 빠지고 난 뒤를 상상해 보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삶은 깨달음이란 절정이 와도 극처럼 말끔히 완결될 수 없으니까. 더럽고 치사스러운 것들과 얽히고 얽힌 매일을 보내야 하니까.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는 긴 날들을 말이다. 그때는 모든 것을 감수하던 애정마저 지루해지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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