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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chid Mar 20. 2016

살아야 한다


sunny juice camera



 
죽음 뒤에 인정받는 생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사람들은 종종 이야기해. 살아 있을 때는 철저히 외면받다 죽고 나면 무슨 한정판이라도 발매된 것처럼 관심이 쏠리는 경우를 보면 
'죽은 사람'이라는 제목이 그럴듯한 홍보 효과를 불러일으키긴 하는 것 같아얼마나 괴이한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했는가에 따라 관심의 정도가 달라지는 걸 보면 더 그래.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죽음이란 제목이 아닌 삶의 내용일 거라 생각해. 처음부터 별 볼 일 없는 속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아무리 해괴한 방식으로 죽었다 해도 누구 하나 눈여겨보지 않았을 거야.

어떤 선율, 어떤 문장, 어떤 장면으로든 누군가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다면 그 생은 의미 없는 것이라 손가락질을 받아선 안된다고 생각해.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 해야 할 일은 달콤한 칭찬을 원하며 재주넘기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이 흘러 무덤 아래에서 봐도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내 생각 밖의 이야기에 냉담해지지 않으며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감상하려 노력하고 다만, 내 이야기에는 한없이 냉철한 잣대를 들어야겠다고 거듭 결심하게 돼. 물론 결심을 지킬 수 없는 순간이 더 많지만.


달콤한 것은 결코 오래 지속되지 않지. 비참함이나 우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때때로 찬사와 격려보다 더 좋은 연료가 되기도 해. 아리고 또 아려도 포기하지 말고 살아남아서 간절함을 남겼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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