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자전거 사면 보조금을 준다구요?
아니 도대체 왜...
전기 자전거를 사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지자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약 30만 원 정도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전기자동차처럼 전기 자전거도 친환경 교통수단이니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면 일견 그럴듯한 생각도 든다. 전기자동차도 구매 활성화를 위해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전기 자동차의 경우에는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에 비해서 환경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 자동차의 가격을 조금 저렴하게 만들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 자동차를 구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공동체 단위의 이익 추구와 개인의 이익 추구 간의 모순을 극복하게 만드는 역할을 보조금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기 자전거 보조금은 곰곰이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전기 자전거는 결국 전기를 쓴다. 일반 자전거에 비해서 되려 에너지를 소모하는 경우다. 전기도 결국은 원자력에 더해서 화석연료를 사용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니, 아예 전기를 쓰지 않는 일반 자전거에 비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나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전기 자전거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니. 조금 어폐가 있다.
물론, 화석연료를 이용한 자동차나 스쿠터 등과 비교하면 전기 자전거는 친환경 교통수단이 될 수 있다. 뭐든 상대적인 것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자니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자동차나 스쿠터를 구입할 사람들이 보조금을 받아서 전기 자전거를 구입하는 일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왜냐면 이 둘은 사용 환경이 애초에 너무나 다른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자전거 인프라를 생각해보면 답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스쿠터나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안으로 전기 자전거를 이용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일반 차도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죄악시되는 자전거에 대한 열악한 인식과 자전거 전용 혹은 겸용 도로의 부재, 자전거 주차 시설 부족, 자전거 출근에 필요한 샤워시설 등의 관련 인프라가 거의 바닥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애초에 전기 자전거에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스쿠터나 화석연료를 이용한 자동차를 구입하려던 사람들이 전기 자전거를 구입하게 될 가능성은 낮다. 결국은 전기 자전거 보조금은 기존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이나, 일반 자전거를 이용하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전기 자전거보다 대중교통이 환경에 나쁜가? 전기 자전거보다 일반 자전거가 환경에 나쁜가? 그러니 이 보조금의 목적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친환경의 목적이 아닌 셈이다.
(백번 양보해서) 현시점에서 전기 자전거 보조금을 바라보는 가장 합리적인 시선은 친환경 교통수단에 대한 인구 유입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더 나은 대안들이 많이 있다. 만약 전기 자전거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일반 자전거 구입에도 지급하게 된다면, 사실상 국가가 희망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자전거를 무료로 공급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시장에는 30만 원 미만의 생활 자전거들이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유입될 것이다.
백만 원이 넘는 전기 자전거에 30만 원을 할인해주는 방식보다는 온전한 자전거 한 대를 무료로 지급하는 것이 더 즉각적인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일 년 이용료가 3~4만 원인 따릉이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은 어떨까? 30만 원 보조금의 10%에 해당하는 비용으로 비교도 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전거 이용을 권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한정된 재원임을 고려하면 10배의 사람들에게 자전거 이용을 촉진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일부 경사진 곳, 그리고 비교적 먼 장거리를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반 자전거보다 전기 자전거가 확실히 더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전기 자전거가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만약 그런 경사진 곳에 사는 사람이, 또 장거리를 이동하는 사람이 전기가 아닌 일반 자전거를 이용하겠다고 했을 때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되려 역차별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리하면 결론은 이렇다. 자전거는 자동차나 스쿠터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성격을 가진 제품이며, 전기 자전거 보조금 지급은 기존 스쿠터나 자동차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데에 한계가 존재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열악한 인프라에도 원인이 있다. 그러니 기존 자동차나 스쿠터 이용자들을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개별 제품 구입에 대한 보조금 지급보다는 자전거 이용에 필요한 제반 인프라 투자가 더 시급하다. 주차장, 샤워시설, 도로 정비, 사회적 인식 개선이 그것이다.
또한 전기 자전거에 대한 보조금 지급보다, 일반 자전거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더 적은 금액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따라서 친환경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인구 증가에 훨씬 더 효과적이다. 만약 전기 자전거 구입에 보조금을 지급하려거든, 일반 자전거에 대한 보조금 지급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유입된 인구가 실제 도로에서 경험하는 제약들에 대해 여러 목소리를 낸다면 제반 인프라의 개선도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