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라이딩 에티켓

by 배경자

오랜만에 남산과 북악을 자전거 타고 다녀왔다. 최근 코로나 영향으로 자전거 인구가 급격하게 늘기도 했고, 벚꽃 시즌이라서 그런지 정말 많은 사람들과 자전거를 탔다. 그러면서 조금 불편한 장면들을 종종 목격했는데, 이참에 자전거 관련 에티켓에 대해서 조금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 글에 적힌 것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이고, 사실 어쩔 때는 나조차도 종종 지키지 못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특정 대상을 비난하기보다는, 우리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가져야 할 이상적인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 이 글은 독자보단 나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글이다.


1. 병렬 주행은 불법입니다.


사실 여기 적힌 하나하나가 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 본다. 현행법상 병렬 주행은 불법이다. 통제되지 않은 도로에서의 병렬 주행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불법이다. 이게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면 법을 바꿔야지, 현행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어기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물론 자전거가 당하는 여러 불법적인 폭력을 피하기 위해 병렬 주행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인정한다. 자전거는 합법적으로 도로의 가장 우측 라인의 우측 1/2을 점유하여 달릴 수 있고, (설령 옆에 자전거 도로가 있건 없건 상관없이) 이때 자동차는 자전거를 같은 차선 내에서 추월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종종 일부 자동차 운전자들은 경적을 심하게 울리거나, 위협적으로 자전거를 스쳐 지나가며(트럭이 이러는 경우 공기 흐름으로 인해 자전거가 심하게 휘청거리며 트럭 안쪽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음에도) 자전거 도로로 달리지 않는다며 갖은 욕설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면 나도 모르게 병렬 주행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적어도 위협적인 추월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법에 불법으로 대응하는 것은, 이런 일의 반복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블랙박스를 달아서 불법을 자행하는 운전자를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2. 좌회전도 불법입니다.


자동차와 달리 자전거는 제일 우측 도로로만 달릴 수 있다. 그래서 좌회전을 하려면, 먼저 직진을 통해서 좌회전 도로를 지나친 다음, 다시 방향을 틀어 직진하는 방식으로 좌회전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자동차면 좌회전 신호 한 번이면 되는 것을 자전거는 신호 두 번을 받아서 좌회전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자전거들이 1차선에서 바로 좌회전을 한다.


물론 자전거가 반드시 우측 도로만을 달리는 것은 아니다. 버스전용차선이 있는 경우, 자전거는 해당 차선을 제외한 제일 우측 차선을 달려야 하며, 우측으로 빠지는 차선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 차선을 제외한 가장 우측 차선을 달려도 된다. 하지만 좌회전은 불법이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많은 라이더들이 종종 1차선에서 단체로 정차 후에 신호대기를 하고 좌회전을 하는 풍경을 종종 본다.


알고도 그러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무지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믿고 싶다. 사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자동차 운전과 같은 수준의 교통 법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자동차와 달리 자전거 운전에는 면허가 필요 없으니 많은 사람들이 법규 준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로 간주된다.


3. 자전거 전용도로에서는 서행합시다.


대표적인 게 한강 자전거 도로다. 20km/h라는 속도 제한이 있지만 로드 사이클을 타는 사람 치고 아마 지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도 지킬 수 없는 속도이기도 하다. 로드 사이클의 특성상 정말 페달에 발만 얹어도 20은 훌쩍 넘는 속도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분은 사실 제도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나는 권장속도를 상향하는 것이다. 20km/h는 사실 권장속도로 자동차 도로에서의 속도 제한과는 다른 개념. 그러니 그 이상의 속도를 달려도 처벌이 되는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현실과 조금 괴리가 있는 속도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적어도 30km/h까지는 상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라이더들을 범법자로 만들 수는 없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자전거 도로를 2차선으로 만드는 개선도 필요하다. 자동차처럼 서행 차로와 추월차로를 분리하는 것이다. 적어도 이용자가 많은 한강이나 주요 하천의 자전거 도로는 이런 식으로 환경 개선을 해줘야 지금과 같은 안전사고 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이런 개선은 시간이 걸리고 점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라이더들은 그와 별개로 서행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규정 속도를 지키기 어렵다면, 적어도 사람이 많은 구간에서는 무리하게 달리지 말아야 한다. 빠른 속도로 달리고 싶다면 공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4. 추월은 천천히 합시다.


앞서 3번과 연결된 것인데, 한강을 달리다 보면 지나치게 무리해서 추월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나도 종종 그러곤 했다. 그러면서 크게 소리도 지른다. 지나갑니다!!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놀라서 넘어지기도 하고, 어른들이라고 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가 없다. 이건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민폐다.


내가 생각하는 추월 에티켓은 이렇다. 맞은편에서 오는 자전거가 없고, 앞서 가는 자전거가 안정적으로 주행 중이라면, 크게 거리를 두고 추월한다. 이때 너무 크지 않은 소리로 지나가겠습니다라고 꼭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 갑자기 좌회전을 하거나 멈춰서 자전거를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맞은편에 자전거가 오거나 앞 자전거가 불안정한 주행을 보인다면 반드시 속도를 줄인다. 앞 자전거와 같은 속도를 맞추고, 지나가겠습니다라는 의사표현을 한다. 그리고 이 의사표현을 앞 자전거가 인지했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조심스럽게 추월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40km/h에 가까운 속도로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사람들 사이를 이리저리 빠져가는 자전거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다. 한강 자전거길은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인데,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들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다시 돌아가는 장면도 종종 목격하게 된다.


5. 헬멧을 씁시다.


헬멧은 써야 한다는 규정은 있으나, 쓰지 않았을 경우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그러니 안 쓰면 불법이나, 처벌이 불가능한 불법이다. 사실상 단속 및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되고, 집 앞을 간단하게 다니는 경우에도 일일이 헬멧을 쓰도록 강제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현실성이 없어서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한강이나 기타 사람이 많은 자전거 도로를 달릴 경우에는 반드시 헬멧을 써야 한다. 공도를 달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10분 이상 통행량이 많은 곳을 지나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헬멧을 쓰도록 하자. 법에 의해서 처벌받지 않더라도 크게 다치는 것으로 벌을 받을 수 있다.


6. 기본적인 교통법규를 공부합시다.


후방 확인, 좌/우회전 전에 수신호, 왼쪽 추월, 직진 우선, 주행도로에서 급정차 금지 등등 자동차 운전에서 해당하는 대부분의 기본적인 교통 법규들은 자전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게다가 심지어 자전거는 도로교통법 상으로 차에 해당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법규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한강에 가면 정말 별의별 경우를 다 겪게 된다. 중앙선을 넘어서 달리는 것은 약과고, 멀쩡한 길을 지그재그로 달리면서 주행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런 수신호 없이 갑자기 좌회전을 하거나, 달리다가 갑자기 멈춰서 유턴하는 자전거들도 많다. 게다가 도로에 진입할 때 좌우 확인 없이 그냥 막 들어오는 자전거도 있다.


이런 것들은 간단한 교육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다. 특히 아이들은 학교나 학부모가 충분히 인지를 시켜줘야 한다. 그래야 다 같이 이용하는 도로에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이런 경우를 당하면 화를 내기보다는 침착하게 규칙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문화를 만들어가는 방법이다.


7. 음악은 듣지 맙시다.


스피커. 정말 소음이다. 그런데 혼자 신나서 크게 음악 틀고 다니는 분들이 있다. 그리고 이걸 안전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보았다. 앞사람에게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방법이라고 한다. 천천히 달리고, 천천히 추월하면 그렇게 시끄럽게 자신의 정체를 알리지 않아도 된다.


이어폰도 위험하다. 자전거 도로는 도로다. 소리를 듣지 못하면 주변 상황을 인지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러니 갑작스러운 상황을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음악을 듣고 싶다면 골전도 이어폰을 쓰던가, 아니면 외부 소음을 같이 넣어주는 노이즈 캔슬링 제품을 사용하자.


8. 주행 중 스마트폰 사용은 자제합시다.


이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인데, 현실이 그렇지 않은 것이 실이다. 심지어 핸들에서 두 손을 놓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달리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본인이 아무리 균형을 잡 잡고 두 손을 놓고도 잘 달릴 수 있다고 해도 상대방이 불안함을 느낀다면 그건 잘못된 행동이다.


그리고 실제로 스마트폰을 보다가 작은 요철을 만나거나 혹은 앞에 방해물을 보게 되면, 놀라서 순식간에 핸들을 꺾게 되는데 이때 맞은편 사람들에게 심각한 위협을 가하게 되어 사고의 위험이 증가한다. 그러니 주행 중에 휴대폰 사용은 최대한 자제하고, 꼭 필요하다면 잠시 멈춰서 폰을 사용하자.


9. 야간에는 불을 켭시다.


물론 서울의 주요 자전거 도로는 가로등이 잘 되어 있고, 또 아무리 어둡다고 하더라도 달빛에 어지간한 사물은 보이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그래서 가끔 전조등이나 후미등 없이 자전거를 타는 이른바 스텔스 모드가 종종 발견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눈에 잘 띄지 않을 경우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시각에서 전조등을 꼭 필요한 것으로 여긴다. 실제로 전조등이 있으면 도로의 상황을 보다 쉽게 파악 가능해서 안전 운전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후미등이다. 뒷사람에게 앞에 사물이 있다는 것을 멀리서부터 인지하도록 해서 안전운전에 도움을 준다. 그러니 전조등이 없더라도 후미등은 꼭 하자.


10. 전조등은 약하게 틉시다.


눈뽕이라는 단어를 쓰곤 한다. 맞은편에서 전조등을 너무 강하게 사용하면 맞은편 사람들이 눈이 부셔 전방의 시야 확보가 어려운 것을 일컫는 표현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너무 밝은 전조등 사용과 상대방 눈을 향해 올려서 설치된 전조등 각도가 가장 크다. 전조등은 적당한 밝기를 도로 아래를 향해 비추는 것이 좋다.


물론 공도 주행 시에는 밝고 강한 전조등을 사용하는 것이 필수. 그러나 가로등이 잘 되어 있는 한강에서는 전조등이 도로를 밝게 비추는 역할보다는, 앞사람에게 뒷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용도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무 밝은 전조등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각도도 최대한 낮춰 맞은 편의 사람들의 눈부심을 방지해야 한다.


11. 차도에서는 차를 배려합시다.


차도에서는 자전거가 약자. 그러니 각종 위협 운전에 늘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서 자전거도 자동차를 배려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다. 수시로 고개를 돌려 자동차에게 내가 주행하고 있음을 알려서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전거의 동선을 예측할 수 있도록 교감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또한 차량이 신호대기로 늘어선 상황에서 길 가장자리로 이동을 하는 경우, 설령 이것이 합법이라고 하더라도 적당한 속도로 서행해야 한다. 또한 갑자기 신호가 바뀌어서 자동차들이 출발하는 경우에는 무리하게 차들 사이로 들어오기보다는 잠시 멈췄다가 출발하는 것도 방법.



12. 다 떠나서 보행자가 많은 곳은 끌고 갑시다.


이게 자전거 전용도로이건, 인도이건, 차도이건, 횡단보고이건 간에 다 떠나서, 보행자가 많으면 자전거를 끌고 가는 게 좋다. 이건 사실 나도 지키기 힘든 부분이지만 최대한 그러려고 노력하는 중. 특히 횡단보도는 별도로 자전거 차선이 그려지지 않으면 사실 법적으로도 끌고 가는 것이 맞다.

그러니 장소 불문하고 보행자가 많다면, 굳이 법적인 규정을 떠올리기 전에 최대한 보행자를 배려하기 위해 자전거를 끌고 이동하자. 특히 한강이나 하천으로 진입하는 나들목 구간은 보행자의 이동이 항시 많은 곳이니 무조건 끌고 가야 한다.



사실 전기자전거나 전동 킥보드에 관한 이야기까지 포함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글이 너무 길어져서 그만 생략했다. 사실 이렇게 긴 글을 정작 봐야 할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혹시나, 누군가 이 글을 본다면 안전운행을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기울여 주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또 나의 라이딩 습관에 대한 스스로의 각오도 다지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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