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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경자 Nov 03. 2022

카카오는 왜 부정적 기업이 되었나

조금 지난 감이 있지만 카카오 서버 사태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서버 중단 자체가 분노의 원인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실수가 있을 수 있고, 심지어 이번 서버 사태는 실수보다는 화재라는 불가피한 사고의 측면이 컸다. 그것도 서버 운영 기업의 1차적인 원인 제공에 의한 것이었다. 따라서 단순히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어서 화가 났다는 식의 상황 분석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사용자들은 이미 화가 나있었고, 서버 중단으로 인해 그런 화가 표출되었다고 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2. 독점 기업은 늘 어느 정도 반감에 노출된다.

독점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시장에서 단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좋게 말하면 시장 지배력이 강하고,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국민 대부분이 독점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구조라는 뜻도 된다. 즉 카카오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타의로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카카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카카오가 독점적 구조를 이용해 사용자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서적 반감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처럼 기술적 우위가 크지 않음에도 단순히 독점이라는 이유로 큰돈을 벌면 그런 반감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3. 카카오는 기술에 비해서 과하게 돈을 번다.

카카오의 독점적 지위는 기술적 우위에서 온다고 보기가 어렵다. 시장을 선점하고 친숙한 캐릭터를 통해서 사람들의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은 것에서 비롯된다.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반감을 가진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카카오가 뭔가 불공정한 이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사용자인 국민들과 카카오가 수평적이고 공평한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호의나 희생을 통해 카카오가 돈을 버는 불공정한 거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기껏 희생해서 써주는 대가로 저렇게 큰돈을 벌면서, 서버 하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단 말인가? '


4. 카카오의 폐쇄적 확장 전략은 상황을 악화시킨다.

기술적 우위가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을 더욱 카카오에 잡아 두기 위해서는 문어발식 확장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카카오 안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는 확장적인 개념이지만, 그 모든 것들이 카카오 플랫폼 안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는 지극히 퍠쇄적이다. 폐쇄적 확장은 수많은 인터페이스를 발생시킨다. 카카오 바이크는 따릉이와, 카카오 네비는 티맵과, 카카오 뱅크는 기존 금융권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기존 서비스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카카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5. 네이버와는 상황이 다르다.

네이버는 카카오와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우선 네이버의 핵심 기능은 대체 가능하다. 네이트나 다음 같은 포털을 이용하면 된다. 그러니 사람들이 강제성을 덜 느끼는 편이다. 반면 메신저 앱은 앱 간 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강제성을 지닌다. 또 네이버는 여러 방법으로 IT 기술적 우위를 소비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더 중요한 차이점은 두 기업의 포지셔닝에 있다. 네이버는 포털로써 인터넷 환경을 접속하기 위한 관문이지만 카카오는 메신저 앱에 불과하다. 같은 앱 아이콘을 눌러도 네이버는 대문을 여는 느낌이라면, 카카오는 서랍을 여는 느낌이다. 네이버의 연관 서비스들은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직영매장 같은 느낌이라면, 카카오는 용산 지하상가에 빽빽하게 몰린 상점 같은 느낌을 준다.


6. 카카오의 독점은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

사실상 카카오가 문자 기능을 대체한 상황에서 메신저 앱 내부에서의 폐쇄적 소통이 계속 유지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관련 법규의 개정 등을 통해서, 제한적이겠지만 메신저 앱들 간에서 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능이 조만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정치권에서 실제로 이런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상당 수의 사용자들이 카카오를 이탈하게 되고, 지금과 같은 압도적 지위의 독점은 유지하기가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서 메신저 앱들 간의 기술적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소비자들은 각자의 선호에 따라 메신저 앱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7. 카카오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물론 이건 순수하게 나의 생각이다. 나는 지난 몇 년간 이런 이유들로 카카오의 미래가 어둡다는 생각을 가져왔다. 플랫폼 기업들은 어쨌든 고객들을 잡아두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압도적인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카카오는 그동안 메신저 앱의 압도적 지위를 기반으로 여러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문제는 이 압도적 지위가 위태롭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그동안 습관처럼 카카오를 썼고, 이제 그 습관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보고 있다. 물론 블록체인과 같은 시장에서 카카오가 지니는 여러 지위들을 볼 때 또 다른 영역에서의 사업 확장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지만, 현재와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나중에 이불 킥하게 될 글이 될 수도 있으나, 현재의 나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네이버 주주가 희망 회로를 돌리면서 주절주절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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